말 많은 신축 야구장, 결론은 언제쯤 날까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5.25 05: 45

야구장 인프라 지형이 획기적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야구장이 건설됐거나 건설을 앞두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통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야구계의 시선이다. 슬기롭게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30년 넘게 발전이 없었던 야구장 인프라는 최근 경기장들이 새로 지어지면서 비약적인 발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는 지난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개장하면서 ‘무등 시대’를 끝내고 쾌적한 환경의 야구장 인프라를 조성했다. 지자체의 지원은 물론 KIA의 적극적인 투자도 한 몫을 거들었다. 삼성 또한 2016년부터는 새 경기장에서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개막전을 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경기장 시설이 가장 낙후된 곳들이었던 광주와 대구의 경기장 시설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두 팀은 공사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 장기간 운영권을 따내는 등 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또한 인천과 수원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문학경기장의 위수탁 사업권을 따낸 SK는 올해를 앞두고 약 4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리모델링을 끝냈고 수원구장은 올해 1군 진입을 앞두고 kt가 심혈을 들여 리모델링 사업을 벌였다.

▲ 3년이나 늦어진 창원 신축 야구장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지자체 역시 야구장 신축을 준비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더 이상 리모델링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현재 창원은 경기장 신축이 결정된 상황이며 서울은 고척돔 개장, 그리고 잠실야구장 신축 사업의 청사진을 꺼내들었다. 대전도 부지를 사실상 확정짓고 경기장 신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KBO 리그에 ‘인프라 중흥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남아있는 과제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이미 지자체의 엇박자 행정에 경기장 신축 사업이 지연됐던 창원은 경상남도의 입장 변화 때문에 다시 착공이 늦춰지고 있다. 정치적 논리 때문에 진해에 건설되기로 했었던 야구장은 반대 여론에 밀려 야구계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던 마산으로 건설 부지를 바꾼 상황이다. 여기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번에는 경남도에서 약속했던 200억 원 지원을 놓고 조건을 바꿨다.
창원야구장은 당초 공기를 줄이기 위해 턴키방식(일괄수주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홍준표 현 지사의 취임 이후 도내 사업에서 턴키방식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창원시에 기술제안방식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초 약속했던 200억 원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NC의 한 관계자는 “경남도에서 200억 원을 아예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도내 사업에서 턴키방식이 배제된 상황에서 야구장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방식만 바꾸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현재 홍준표 지사가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린 상황 아닌가. 홍 지사의 거취에 따라 또 결단이 늦어질 수 있다. 야구장 착공 시기가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창단시 계획이라면 NC는 빠르면 2016년, 늦어도 2017년에는 새 야구장에서 개막전을 해야 했지만 이런 저런 암초 속에 새 구장 완공은 빨라도 2018년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우려다.
▲ 우왕좌왕 서울시, 고척-잠실 모두 암초
서울시의 애물단지가 된 고척돔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실상 넥센에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 고척돔이 완공되면 현재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을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넥센은 난색이다. 돔구장은 특성상 운영비가 다른 구장에 비해 많이 들어간다. 가뜩이나 적자 사업인 프로야구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와 넥센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넥센의 수익 사업권 등을 놓고 아직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다. 여기에 당초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을 지어진 고척돔은 프로경기를 하기에는 시설 등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 경기장 내부를 다시 개조해야 함은 물론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시설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최근 넥센 관계자들이 실사를 통해 서울시와 이런 부분에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재개발 계획이 나온 잠실도 장기적으로 불씨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매각한 현재 한국전력 부지를 포함, 동남권 거대 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코엑스를 시작, 한전부지 재개발, 탄천, 종합운동장 부지, 그리고 잠실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에 종합운동장도 재개발되며 현재 서울시의 계획에는 야구장을 허물고 2만5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는다.
그러나 여기에도 난항이 많다. 한전부지 재개발을 둘러싼 기여금을 놓고 해당 부지의 관할구인 강남구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에서 나온 돈이니 강남구를 위해 먼저 써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종합운동장 부지는 관할상 송파구로 이런 주장대로라면 예산 반영이 쉽지 않다. 관계자들은 “이 갈등이 봉합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잠실구장을 새로 지으면서 2만5000석은 규모가 작다”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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