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젊은 피, 고개 들고 제대로 덤벼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26 06: 28

천금의 기회를 살릴 것인가.
좋든 싫든 젊은 야수들에게 LG 트윈스의 운명이 달렸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이 모두 부상을 당한 만큼,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동안 젊은 야수들이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야한다. 이미 이병규(9번)와 정성훈이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이진영도 26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 검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엔트리에서 빠질 확률이 높다. 박용택 홀로 출장이 가능한 상황. 그런데 박용택도 당장 수비까지 소화할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기대를 받아온 김용의 채은성 최승준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김용의는 지난 17일 엔트리서 제외됐다. 오는 27일 잠실 kt전부터 1군 경기 출장이 가능하다. 양상문 감독은 김용의를 엔트리서 제외한 것을 두고 “타석에서 적극성이 너무 떨어졌다. 1군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느니 2군에서 확실히 스윙하고 오라는 뜻으로 엔트리에서 뺐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용의는 찬스에서 유독 작아지는 모습을 반복했다. 시즌 타율은 2할7푼7리, 득점권 타율은 2할5푼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하다가 힘없는 내야땅볼성 타구를 날리거나,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의식하다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빠른 다리를 지녔음에도 안타 23개 중 2루타는 3개에 불과, 장타율이 0.313에 머물고 있다.
일단 최근 퓨처스리그 기록은 좋지 않다. 지난 23일과 24일 상무와 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수비수와 주자로서의 김용의의 가치를 생각하면 27일 곧바로 1군에 올라올 듯하다. 올해부터 등번호를 8번으로 바꾼 김용의는 외야수로 연착륙 중이다. 스피드를 살려 상당한 수비범위를 자랑한다. LG가 중견수와 대주자 자원이 부족한 만큼, 김용의에게 다시 기회가 갈 것이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페이스가 떨어졌던 채은성은 지난 8일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롯데와 지난 주말 3연전에선 10타수 5안타(2루타 2개·홈런 1개)로 맹활약했다. 중견수로선 수비가 불안했으나, 우익수 수비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채은성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가장 욕심나는 부분은 수비다. 지난해 1군에서 뛰면서 수비가 안 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일과 10일 수원 kt전에서 우익수로서 인상적인 수비를 보였다. 이진영이 빠진 자리를 채은성이 어떻게 메울지 주목된다.
최승준은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이병규(7번)가 목 통증으로 개막전 출장이 불가능해지자, 양 감독은 최승준을 4번 타자로 기용하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승준은 26타수 2안타의 부진을 겪었고, 4월 9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들었던 간결한 스윙이 실전에선 나오지 않은 게 문제였다.  
최승준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할9푼2리 8홈런 32타점 OPS 1.022를 기록 중이다. 양 감독은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최승준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최승준이 수비 중 허리를 삐끗해 콜업이 연기됐다. 나성용이 최승준 대신 1군에 등록됐고, 첫 타석부터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나성용은 바꾼 타격 폼으로 20경기도 소화하지 않았고, 수비 위치 또한 모호한 상황이다. 나성용 스스로 “올해는 1군보다는 2군에서 내 것을 만들어가는 시기로 삼고 있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최승준이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LG는 야수 육성에 유독 고전하고 있다. LG가 최근 10년 동안 주전으로 키운 야수는 이병규(7번·2006년 입단)와 오지환(2009년 입단) 둘 뿐이다. 이병규(9번)는 1997년, 박용택은 2002년 입단했고, 이진영 정성훈 최경철 손주인 모두 FA나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영입이다. 매년 드래프트를 통해 수많은 유망주를 뽑고 있지만, 대부분이 1군 백업이나 2군 선수에 그치곤 했다. LG를 두고 유망주 무덤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LG를 떠나고 나서 재능을 피운 야수들이 상당히 많다. 2005년 이용규를 시작으로 김상현 박병호 서건창 등은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많은 이들이 LG가 야수 육성에 고전하는 원인으로 잦은 코칭스태프 변화, 2군 인프라 부족, 선수단 분위기 등을 꼽는다. 그런데 잘 될 선수는 환경이 어찌됐든 올라서기 마련이다.
박용택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이미 프로에 들어온 이상,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주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힘이 더 있거나 배트 스피드가 빠른 것은 절대 아니다. 결국에는 정신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야구가 안 됐을 때 그냥 놓고 마는 것과,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의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한 바 있다.
오지환을 신인시절부터 지켜본 염경염 넥센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염 감독은 5월 초 잠실 LG전을 앞두고 오지환의 유격수 수비가 향상된 원인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지환이가 에러를 범한 경기 후 락커룸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봤다. 자신의 에러로 팀이 졌으니 얼마나 동료들에게 미안하겠나. 선배들을 볼 면목도 없고, 락커룸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홀로 덕아웃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종종 봤었다”며 “하지만 지환이는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고등학교까지 투수를 했기 때문에 유격수가 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에는 해냈다. 요즘 지환의 수비를 보면 유격수의 모습이 제대로 나온다. 그만큼 지환이의 정신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MVP에 최승준을, 우수야수에 김용의를 선정했다. 그만큼 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둘 다 시즌 초반 타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돌아오곤 했다. 양 감독은 젊은 타자들이 득점권에서 유독 약한 것을 두고 “과감함이 너무 부족하다. 노린 공이 들어오면 초구라도 적극적으로 치라고 누누이 강조하는데 막상 타석에 서면 우물쭈물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물론 아직 98경기나 남은 만큼, 시간은 많다. 그런데 프로는 냉정하다. 김용의 채은성 최승준이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다른 누구에게 기회가 넘어갈 것이다. 후회는 남기지 않도록, 그라운드 위에서 적극적으로 덤비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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