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절대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5.27 14: 10

“상상하라. 그러면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은 경구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들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도 그 중의 하나다.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가는 차, 그런 ‘꿈의 자동차’가 이미 상당 수준 현실에 다가와 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레스데스-벤츠가 준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26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꽤나 진보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개의 벤츠 행사는 번쩍이는 삼각별을 단 차량들이 얼마나 뛰어난 운전성능을 보여주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었다. ‘명차 중의 명차’ 마이바흐를 비롯한 벤츠의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가 즐비했지만 기껏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60km/h 정도. 구간도 단거리였고, 심지어는 실내 운전 코스도 있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삼각별이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인텔리전드 드라이브(Intelligent Drive), 즉 자율주행 워크숍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절대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날 행사를 위해 대단히 공을 들였다. 독일 본사에서 거물급 인사가 방한해 행사를 주관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카 그룹에서 마케팅 & 세일즈 총괄을 맡고 있는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가 메인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는데 그는 다임러 AG 이사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대형 이벤트였다.
올라 칼레니우스 총괄은 “벤츠가 지난 129년 동안 이룬 브랜드의 가치는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고집에서 나왔다. 한쪽에 이성, 반대쪽에 감성의 깃발을 세워 조화를 이루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때 브랜드의 가치도 존속된다”고 강조했다.
칼레니우스 총괄이 제시한 미래 가치는 ‘친환경(제로 이미션, Zero-Emission), 무사고(제로 액시던트, Zero-accident), 무한연결성(∞ Connectivity)’이었다.
친환경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또는 연료전지차로 구체화 되고 있고, 무한연결성은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텔레매틱스로 그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 액시던트’는 어떤 모습으로 실현 될 수 있을까? 메레세데스-벤츠코리아가 26일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워크숍에서 보여주고자 한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 바로 ‘제로 액시던트’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가 자율주행이라는 의미로 전달 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안전’, 즉 자동차 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을 막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날 행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보여준 ‘인텔리전트’ 기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향 어시스트와 스탑&고 파일럿 기능이 결합 된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그 첫 번째다. 이 기능은 도로에서 앞차의 움직임에 반응해 일정한 속도와 거리로 알아서 달리게 한다. CLS63 AMG 4MATIC 세단을 타고 킨텍스 주변 도로를 돌며 이 기능을 체험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절대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
스티어링 왼쪽 아래에 부착 된 레버를 잡아 당기면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이 작동한다. 차량 범퍼에 부착 된 센서와 앞 유리창 위쪽에 장착 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앞차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워크숍에서는 시속 60km/h)로 달리는데 센서와 카메라가 앞차를 인식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거리를 맞춘다. 앞차가 완전히 정차하게 되면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도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앞차가 출발하면 디스트로닉 레버를 다시 잡아 당기거나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주면 이 기능은 다시 소임을 수행한다.
킨텍스 주변의 한적한 도로를 도는 코스라 불안감은 없었다. 디스트로닉 기능이 시작 된 CLS63 AMG는 정확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5초 이상 손을 떼게 되면 충실하게 경고도 울렸다. 완만한 코너는 차가 알아서 핸들을 돌려주지만 그렇다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절반의 자율’이지만 쓰임새는 충분해 보였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성가시게 막히는 도로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운전자는 스트레스를 크게 덜 수 있다.
두 번째 체험한 기능은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BAS)’와 ‘보행자 인식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Pre Safe Brake)’였다. 차량에 부착 된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량 전방에 돌발출현하는 차량, 보행자, 자전거를 인식해 운전자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알아서 제동을 해 주는 기능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절대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
여기서 주목할 점 하나가 바로 ‘스트레오 카메라’다. 일반적으로 레이더 센서를 부착해 전방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지만 벤츠는 ‘스트레오 카메라’를 하나 더 달았다. 레이더는 전파를 반사하는 물체를 인식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카메라를 달아 사람을 인식하게 했다. 사람의 동작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형태’가 데이터베이스에 담겼고 ‘스트레오 카메라’는 전방에 있는 ‘형태’를 파악해 사람으로 인식한다.
약 50미터 전방에 마네킹을 세워놓고 시속 35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린 다음 브레이크에서도, 액셀러레이터에서도 발을 뗐다. 차는 마네킹 코앞에서 정확하게 멈춰 섰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다 막판에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살짝 닿기는 했지만 그 전에 이미 차는 멈춰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체험한 기능은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Night View Assist Plus)’다. 야간 운전에 매우 유용한 기능으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500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에, S 600 Long에 적용 돼 있다.
마이바흐 S 500을 타고 ‘나이트 뷰 어시스트’를 켜자 계기반이 확 달라졌다. 속도표시는 계기반 아래 수평 막대 그래프로 작아지고 가운데 넓은 공간에는 차량의 전방 모습을 담은 화면이 떴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물의 형체가 이상하다. 적외선 카메라였다. 적외선 메인 빔 헤드램프가 차량 전방 상황을 적외선으로 읽고 그 형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차를 몰고 킨텍스 전시장 내 실내 공간에 마련 된 가상 터널로 들어갔다. 터널 곳곳에 설치 된 마네킹, 그리고 터널 통과 지점에서 행사를 안내하고 있는 스태프의 모습이 뚜렷하게 영상에 잡혔다. 이 기능이 없는 차를 몰고 같은 구간을 돌았는데,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도 재미 있었다. 도로 바닥에 튀어 나온 요철을 차가 감지해 서스펜션을 조절해 주는 기능이다. 룸미러 뒤쪽에 달린 스테레오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미리 스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서스펜션이 미리 대응해 지면의 충격을 흡수한다. ‘매직 바디 컨트롤’이 장착 된 차를 타고 요철 구간을 지날 때는 그 효과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이 기능이 없는 차를 타고 같은 구간을 지났더니 자갈밭을 지나는 듯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절대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
이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선보인 기능들은 ‘자율주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었다. 그리고 이미 현실화가 된 것들이다. ‘자율주행’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갖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인 ‘운전의 즐거움’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총괄은 이렇게 말했다. “자율 주행 기능이 최고의 만족도를 보일 때는 교통 혼잡이 극심한 상황에서다. 확 뚫린 길에서 누가 자율주행을 하겠는가? 자율주행은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파생된 결과다. 자율주행이 일반화가 되더라도 사람들은 결코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결코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100c@osen.co.kr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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