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①]'늑대 두목' 김도훈, "선수와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5.29 05: 00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올 겨울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이석현, 구본상, 남준재, 박태민 등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진 선수와 직원 월급이 체불되면서 우울한 연말연시를 보냈다. 설상가상 후임 사령탑 선임 과정에 잡음이 생기면서 김도훈호는 뒤늦게야 출항했다.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났다. 개막 후 지긋지긋한 8경기(6무 2패) 연속 무승 수렁에 빠졌다. 지난 시즌과 합쳐 팀 최다인 15경기(10무 5패) 연속 무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좀체 헤어나오기 힘들어 보인 늪이었다.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 대전 제주 부산을 연달아 잡아내며 3연승을 달렸다. 절대 1강' 전북에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중위권까지 껑충 뛰어오르며 돌풍의 팀으로 떠올랐다. '늑대 두목' 김도훈(45) 인천 감독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선수와 함께 가는 지도자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김도훈 감독은 준비된 리더였다. 그는 수 년간 코치직을 역임하며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갈고 닦았다. '차가움' 보단 '따뜻함'으로 무장한 김도훈 감독이 지향하는 리더십과 그가 인천을 어떤 팀으로 만들려고 했을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 모두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똑같다. 하지만 감독은 빠른 판단을 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코치 시절 의견을 많이 내서 감독님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지금은 내가 결정을 내리고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배로 따지면 조타수 역할에서 선장 역할로 바뀐 셈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인천엔 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선수들 본인이 가진 것을 경기장에서 보이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없는 실력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동안 노력했던 게 얼마나 운동장에서 나오느냐다. 자신감과 경쟁심을 유발하고, 노력해야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주전과 백업을 구분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까닭이다. 경쟁 속에서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반전의 원동력을 밝혔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리더십은 명확했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나도 선수들에게 배울 때가 있다. 선장이면 이끌어가야 하지만 난 뒤에서 지켜보는 편이다. 선수들에게 훈련 태도, 인사 등 기본이 된다면 언제든지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가 아니라 팀이 함께 갈 수 있게끔 만들려고 한다. 팀 속에서 선수가 크는 것이지 팀이 없으면 선수가 클 수 없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감동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선수들에게 '인천의 300만 명을 대표해 선수단 30명, 대기명단 18명 중 11명이 선발로 나가는 것이다. 18명 중 누가 나가도 좋은 스쿼드다.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뽑았으니 자신 있게 하자'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선수들에게 부드럽게만 해서는 안되지만 아직까지 호랑이 감독은 아닌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의 목표는 뚜렷했다. "일단 상위 스플릿이 목표다. 기회가 올 것이다. 1부리그 잔류가 목표였는데 상위 스플릿 진출도 경쟁력이 있다. 목표를 이뤄야 한다. 경험이 없지만 주축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열심히 해주는 선수들도 많다. 1년 내내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만 잘만하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뒤늦은 출발, 이유 있는 자신감
김 감독은 "다른 팀보다 동계훈련을 늦게 시작했다. 급하게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시즌 개막에 맞춰 체력을 단계별로 올렸다. 선수들이 정말로 열심히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자신감이 넘쳤다. "시즌 준비를 하면서 강등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김 감독은 "당연히 1부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게 노력하자고 주문했고, 선수들도 잘 따라줬다"고 고마워했다.
뚜껑을 열자마자 위기가 찾아왔다. 경기 막판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광주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준비했다. 아쉬운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 수원, 전북전서 비긴 뒤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수원에 졌지만 두 번째 경기인데도 경기력이 좋았다. 전북과 비기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1명이 퇴장 당하고도 1강 팀과 비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승리를 못해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내용이 좋은데 결과가 안 따라와 한 번 이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자신감이 생겼다."
이 믿음은 개막 후 8경기 연속 무승에도 변하지 않았다. "내용은 좋은데 결과가 안 좋은 것은 우리가 못하는 게 아니다. 계속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노력하면 결과는 언제든 따라오기 마련이라 승리에 대해 일부러 얘기를 안했다. 자신감을 유지하자고 했다."
▲수비는 만족, 공격은 아쉬움
인천은 올 시즌 끈끈한 수비로 상대 팀을 괴롭혔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크로아티아 출신 장신 수비수 요니치는 수비의 핵심이다. 김 감독은 "아주 잘해주고 있다.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다. 비디오를 봤을 때 대인마크도 좋았고, 축구 지능도 높았다. 정말 잘 뽑았다"며 "어린 나이지만 결혼도 해서 책임감이 높다. 한국에 처음 왔지만 빨리 적응했다. 선수들도 잘 이끌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대중과 김진환 등 새로운 얼굴들도 뒷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까지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던 이윤표도 부상을 털고 돌아와 출격 준비를 마쳤다. 김 감독은 "이윤표는 몸이 좋아지고 있다. 아픈 덴 없고 훈련도 하고 있다"며 "수비는 좋지만 전술적으로 지난해와 조금 다르기 때문에 빌드업 과정을 열심히 익히고 있다. 김대중과 김진환이 잘해주고 있어서 이윤표의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장점이 많고, 지난해 활약도 봤다. 조만간에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격은 2% 아쉬움이 남는다. 벨기에 특급 케빈이 아직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천수와 김인성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원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 김 감독은 "장점들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 잘 조화시켜야 한다.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지만 득점은 아쉽다"며 "시즌 시작 때 수비적인 측면을 많이 신경 썼다. 공격 작업 때 크로스가 많이 없다. 노력하고 있어 곧 케빈에게 기회가 많이 올 것이다. 완성도가 조금 낮은 공격력을 보완한다면 전북전처럼 유리한 상황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좌우 풀백의 크로스가 조금 더 날카로워야 한다. 선수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곧 결실이 나올 것이다. 이제 70%까지 올라왔다. 공격적인 부분이 조금 더 완성되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은 30%도 분명히 채워질 것"이라 자신했다.
 
▲더 강하게 만든 전북, 더 강하게 만들 수원
23일 전북전 패배는 짙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절대 1강을 만나 수적 우세를 잡았지만 결국 4연승을 달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김 감독은 "전북에 패한 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선수들도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찬스는 자주오는 게 아니다"면서도 "성숙하는 단계다. 많이 아쉽지만 다음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에게 훌훌 털어내자고 했다.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약팀과 돌풍의 팀이 아닌 중상위권 팀이다. 이런 위기가 왔을 때 헤쳐나가는 게 정말 좋은 팀으로 가는 길이다. 아쉬운 경기였지만 빨리 잊고 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31일 수원전은 또 다른 기회다. 2위 수원을 잡는다면 자신감 상승과 함께 순위 도약을 노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수원이 최근 ACL서 탈락했지만 아주 잘하고 있다. 만만히 볼 팀은 아니다. 우리는 전북이라는 강팀과 해봤기 때문에 수원전에 더 집중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 1라운드서 아쉽게 진 빚도 갚아줘야 한다. 1라운드서 많은 부분을 만들었던 게 다시 나와야 한다"며 "부상 중인 염기훈이 나온다면 잘 막아야 한다. 그에게 많이 의존하는 팀이다. 나오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출전한다면 철저히 마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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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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