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악당’ 고준희 “애칭은 젤라틴, 속 다 보인대요”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20 09: 33

배우 고준희는 스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스타일은 여성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연출 임상수, 제작 휠므빠말)은 고준희의 그런 이미지를 십분 활용했다.
고준희가 연기하는 나미는 폐주유소에 혼자 살면서 맨발로 렉카차를 운전하는 여자다. 어느 날 처음 본 남자 지누(류승범)와 함께 거액의 돈 가방을 손에 쥐고, 의문의 사나이들에게 쫓기게 된다. 캐릭터에 맞춘 고준희의 펑키한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난해한 의상과 소품이 여럿 등장한다. 고준희이기 때문에 때 묻은 작업복이 세련돼 보이고, 평범한 검정 가죽재킷이 스타일리시한 ‘잇템’으로 거듭난다.
그렇다고 ‘나의 절친 악당들’은 고준희의 기존 이미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임상수 감독은 대중들이 몰랐던, 배우 고준희의 매력과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나미는 자발적인 ‘미친X’이자 ‘나쁜X’인 동시에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순수하지만 순진하진 않다. 힘든 과거를 지나왔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 ‘자신답게’ 살아간다. 도망치기보다 맞서 싸우는 것을 택하는 여자다. 자신감이 나미의 강점이다.

즉, 나미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법한 캐릭터였다. 행운아가 된 고준희에게 몇 가지 도전과제도 있었다. 정산신과 액션신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했다. 특히 “영화 ‘킬빌’의 우마 서먼처럼 두들겨 맞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극중 고준희는 돈 가방을 되찾고자 고준희의 집에 숨어있던 김형규(창준 역)에게 처참히 맞는다. 머리채를 잡히는 정도가 아니다. 복부를 맞아 몸이 날아가고, 무자비한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맞기만 할 나미가 아니다. 무기를 들고 반전을 노린다. 놀라운 것은 고준희가 직접 소화했다는 점이다.
“현장에 대역 분이 계셨어요. 근데 카메라 감독님이 ‘원신 원컷으로 가는 게 멋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스태프들이 박수를 치면서 ‘준희씨 화이팅’이라고 했죠.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어요. (웃음) 중요한 장면이라 처음부터 많이 준비를 했고, 덕분에 한 번에 오케이(OK)가 됐어요. 생각 보다 어렵지 않았더라고요. 미리 겁을 먹어 그랬던 것 같아요. 액션이 의외로 잘 맞나 봐요.”
은근한 코미디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임상수 감독은 “평소 남을 웃기려고 하는 본능이 있는” 고준희를 유심히 지켜본 후 캐릭터에 고준희의 실제 성격을 투영했다. 극중 고준희가 호텔에서 김형규를 따돌린 후 그를 약 올리고자 긴 다리로 개다리 춤을 추는 식이다. 고준희의 기존 이미지인 도도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춤이다. 이처럼 고준희의 실제 유쾌한 기운이 캐릭터를 가득 채운다. 숨기기보다 표현하는 성향도 고준희와 나미의 공통점이다.
“좋아하는 건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예요. 싫어하는 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얼굴에서 티가 난대요. (웃음) 친한 언니들이 젤라틴이라고 놀려요. 투명하게 다 보인다고요. 좋아하는 이성에게도 여우처럼 해야 하는데, 그게 안돼요. 상대방이 눈치를 챌 만큼 표현하거든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좋아하는 사람에게 약해요. 제3자 봤을 때 이상한 상황이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에게 어떤 실수를 해도 괜찮더라고요.”
솔직함은 고준희의 특징이지만, 그런 고준희도 나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나미가 현실에서 보기 드문, 혹은 여성들이 꿈꿀 만한 여성이란 뜻이다.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거침없고 당당하다. 지누 역의 류승범과 만들어 가는 정사신도 인상적이다. 소극적인 여성 캐릭터가 익숙한 관객이라면 나미의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신선할 정도.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란 인물이라고 해서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고준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나미는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여성상일까.
“지누처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미와 같은 친구도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지누가 나미에게 말로 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나미도 그걸 느꼈으니까 밀고 나가는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영화에선 나미가 지누를 통해 도약한다. 고준희에게는 ‘나의 절친 악당들’이 지누 역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통해 배우로 데뷔,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달려왔지만 대표작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준희란 배우의 진가를 제대로 담아낸 ‘나의 절친 악당들’이 관객의 선택까지 받는다면, 조금 늦게 찾아온 대표작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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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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