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유격수' 한화 권용관, KBO 숨은 역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02 06: 27

올 시즌 한화 야수 중에서 개막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엔트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3명이다. 4번 김태균과 1번 이용규 그리고 불혹의 유격수 권용관(39)이다.
권용관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LG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한화는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그 중 권용관이 1군에서 가장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불혹의 유격수로 한화 내야의 든든한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했다.
▲ 불혹의 유격수

권용관은 올해 65경기 출장, 타율 2할1푼 37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기록 자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작전 야구의 중심에 섰다. 상대 팀들은 주자 3루 상황일 때 권용관을 경계한다. 올 시즌 두 번이나 스퀴즈번트로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6월에는 신예 강경학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줬지만, 그의 어깨 부상 이후로 중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 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때리며 하위타선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수비에서도 특유의 맨손 캐치를 비롯해 안정감 있는 움직임으로 투수들을 든든히 뒷받침한다.
권용관이 활약이 높게 평가받는 건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문학 SK전에서 쏘아올린 솔로포는 만 38세7개월8일로 역대 유격수 최고령 홈런 기록이었다. 홈런뿐만이 아니다. 우리나이 40세 이상 나이에 선수생활을 한 선수 중 유일하게 주 포지션이 유격수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1루수(17경기·81이닝) 3루수(7경기·23이닝)도 함께 맡았지만 가장 많은 50경기를 유격수로 나와 343⅔이닝을 수비했다.
KBO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는 SK 박진만도 올해 불혹의 나이이지만 유격수(18경기·110이닝)보다 3루수(25경기·114⅓이닝) 1루수(9경기·50이닝) 2루수(2경기·5이닝) 등 다른 포지션으로 나오는 경기가 더 많다. 적장인 NC 김경문 감독도 권용관에 대해 "대단한 친구다. 남들은 그만 두는 나이에 유격수를 보고 있다. 유격수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 자리인데 저렇게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 KBO 숨은 역사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한화로 온 권용관은 여전히 만족을 하지 않는다. 그는 "나 자신에게 무슨 평가를 하겠나. 타격이 안 되기 때문에 수비라도 잘해야 한다"며 "방망이가 더 잘 맞으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그래서 수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에게 수비 위치나 타구 방향을 잡아준다. 하지만 지금보다 타격에서 훨씬 더 분발해야 내가 처음 생각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관은 불혹의 나이에 김성근 감독을 다시 만나 종종 자정까지 나머지 훈련을 하기도 한다. 그는 "LG 때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생각하신 것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체력관리 비법이랄 건 없다. 잠을 자는 것밖에 없다. 경기가 끝나면 일찍 가서 빨리 잠자리에 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우리나이 불혹에 규정타석 채운 선수는 지난해까지 백인천·프랑코·호세·양준혁·전준호·이종범·이병규 등 7명뿐이다. 대부분 지명타자 또는 외야수였다. 내야수, 그것도 유격수가 규정타석을 충족한다면 최초가 된다. 규정타석에 28타석이 모자라지만 권용관은 "도전해보겠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했다.
설령 규정타석이 되지 않더라도 이미 권용관은 유격수 최고령 출장 기록을 연일 써가고 있다. KBO의 숨은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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