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후 수비' 김민하, 투혼 포장 곤란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7.02 14: 47

스포츠에서 자주 숭고한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투혼이다. 신체적 한계를 정신력으로 뛰어넘는 투혼은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도 맞닿아있기 때문에 그 만큼 자주 쓰인다.
그렇지만 투혼이 남발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말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선수가 괜찮다고 해도, 지도자들은 그 진의를 파악해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는 부상자가 나왔다. 롯데 외야수 김민하는 9회초 NC 최금강의 투구에 왼쪽 손목을 맞았다. 맞는 순간 '빡' 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고, 김민하는 고통을 못 이겨 쓰러진 채 뒹굴었다.

잠시 후 달려 나온 롯데 트레이너는 김민하의 상태를 확인했고, 코치 역시 손을 움직여보게 했다. 김민하는 1루까지 뛰어갔고, 9회초 주루플레이를 마친 뒤 9회말에는 우익수 수비로 나갈 준비를 했다. 트레이너는 공에 맞아 부어오른 왼쪽 손목에 테이핑을 해줬고, 김민하는 찡그리며 외야로 뛰어 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 김민하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사인을 벤치로 보냈고, 그대로 교체됐다.
검진 결과는 왼쪽 척골 근위골절상, 재활 후 복귀까지 최장 3개월이 예상되는 부상이다. 워낙 약한 뼈라 타자들이 투수의 투구에 맞아 종종 부러지는 곳이다. 김민하는 뼈가 부러진채로 1루에서 주루플레이를 했고, 글러브까지 억지로 끼고 나갔다.
신체적 고통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투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투혼이 과연 권장되어야 할 일일까. 김민하의 팀 내 입지, 그리고 당시 롯데 선수 엔트리를 살펴보면 단순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민하는 올해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다. 시즌 초에는 주전급 외야수로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침 1일 경기는 김민하가 1군에 돌아온 뒤 처음 맞이하는 경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는 당연히 경기에서 빠지길 거부한다.
야구를 했던 사람이라면 김민하가 공에 맞았을 때 골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워낙 정통으로 맞기도 했고, 공이 마치 번트를 댄 것처럼 튕겨져 나가지 않고 김민하 바로 앞에 떨어져 굴러갔다. 공의 운동량을 손목이 모조리 받아낸 것이다. 이날 중계를 했던 MBC 스포츠플러스 이종범 해설위원은 "내가 일본에서 부상을 당했던 곳이 바로 저기다. 골절로 끝나는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골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하는 주루플레이를 했고, 또 수비를 나갔다. 롯데 외야수 엔트리는 당시 이우민과 김민하, 짐 아두치, 김문호 등 4명뿐이었다. 김민하는 김문호를 대신해 투입됐기에 교체해줄 외야수가 없긴 했다. 롯데가 1점 차로 앞서가던 9회말, 상황이 급박하긴 했지만 선수의 건강보다 1승이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골절상을 당했을 때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급하게라도 부목을 대는 이유는 고정하기 위해서다. 손목 역시 마찬가지다. 골절이 의심되면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을 한 뒤 검진을 받는 게 순서다. 만약 부러졌는데도 계속 움직이면 뼈가 어긋난 채 붙거나 신경을 건드릴 우려가 있다.
구단 관계자는 "김민하가 나갈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는데, 그걸 말리는 게 벤치의 임무다. 트레이너는 선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감독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할 의무가 있고, 감독은 냉정하게 선수 상태를 판단해야만 한다. 분명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김민하는 계속 뛰었는데, 롯데 트레이너와 벤치 사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종운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교체해줄 (외야) 선수가 없어서 일단 (김민하를) 투입했는데, 선수가 안 되겠다는 신호를 보내서 바꿨다. 손목뼈가 부러졌으니 올 시즌은 뛰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인데 정말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만일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다고 해도 뼈가 부러진 선수는 교체를 해줘야 한다. 하물며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는 더욱 그렇다. 롯데의 부상자 관리에 아쉬움이 남는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