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②] 전가을이 말하는 박은선과 지소연 그리고 호날두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7.03 12: 44

한국 여자 축구의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전가을(27, 현대제철)이 월드컵 역사상 첫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채 금의환향했다. 뛰어난 기량 만큼이나 남다른 마인드를 가진 그와의 수다는 4년 뒤를 기대케 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2003년 미국 월드컵에 이어 12년 만에 두 번째로 참가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서 16강의 역사를 썼다. 브라질,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1, 2차전서 1무 1패에 그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윤덕여호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극적인 2-1 역전 드라마를 상영하며 기어코 16강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전가을은 윤덕여호의 좌측면을 책임지며 16강행에 일조한 핵심 요원이다. 그는 코스타리카와 1-1로 팽팽하던 전반 25분 강유미의 칼날 크로스를 헤딩 역전골로 마무리하며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1골이 필요했던 스페인전서는 1-1로 맞서던 후반 28분 김수연의 역전 결승골을 도우며 16강행에 디딤돌을 놓았다. 

전가을은 이번 대회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인 박은선(로시얀카),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셋 모두 부상으로 오롯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소연이가 걸어온 길을 쭉 지켜봤다. 일본에 혼자 넘어가서 적응하고 성공했다. 또 첼시서 꿈을 이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부담감이 많았다고 들었다"는 전가을은 "우리도 선수로서 소연이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더 있었다. 소연이가 부상으로 프랑스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마음 같아선 뛰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쩔 수 없었지만 꼭 필요한 선수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만큼 소연이는 후배지만 의지가 되는 선수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부담도 있다고 하니 안쓰러웠다. 앞으로 그 부담감을 혼자 짊어지지 말고 언니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내 골도 그렇고, 소연이는 정말 도움을 많이 준다.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전가을은 또 "은선 언니는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다. 12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이었는데 얼마나 뛰고 싶고, 부담감이 많았겠나. 후배들이라 '힘들다. 아프다' 말도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있고 든든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1988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은 전가을이 축구화를 신은 이후 내내 큰 힘이 됐다. "은미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다. (유)영아 (조)소현 (김)도연 등 매일 함께 있는 친구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2010년 안익수 감독님과 함께 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을 땄고, 최진철 감독님과 함께 피스퀸컵 우승도 이뤘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전가을은 "후배들은 같은 해 국제축구연맹에서 주관한 17세 이하 월드컵과 20세 이하 월드컵서 우승과 3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잘해왔다. 경기 중에도 의지가 많이 되는 친구들"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축구에서 기술이 가장 좋은 선수로 꼽히는 전가을은 꿈나무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건넸다. "난 어렸을 때부터 기술이나 묘기 부리는 걸 좋아했다. 초중학교 때부터 마라도나를 정말 좋아하는 아버지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영상을 찾아보곤 했다. 그 때부터 내 우상은 마라도나였다"는 전가을은 "중학교 때 감독님도 항상 드리블과 묘기를 하셨다. 선생님을 보고 계속 따라하면서 많은 기술을 터득했다. 친구들이 체력 훈련을 할 때도 난 (이)은미와 함께 항상 개인기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어렸을 때 공을 더 갖고 놀걸 아쉬운 마음도 있다. 당시 장난치고 연습했던 게 지금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린 선수들에게 항상 공과 친해지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가을의 롤 모델은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외적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것 같다. 문신을 안하는 이유도 헌혈 때문이고, 자기 관리도 뛰어나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고, 저 위치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한다. 한국 여자 축구와 어린 선수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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