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황선홍과 서정원이 바라본 '후배' 최용수의 중국행 거절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7.05 05: 00

'선배' 황선홍(47)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서정원(45) 수원 삼성 감독이 거액의 중국행을 거절한 '후배' 최용수(42) FC 서울 감독을 두고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황선홍, 서정원, 최용수 감독은 과거 1990년대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황새' 황선홍, '독수리' 최용수, '날쌘돌이' 서정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셋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무대를 함께 밟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K리그에서 성공한 사령탑으로 평가 받는다. 축구화를 벗은 뒤 가장 먼저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포항에서 더블 달성의 역사를 쓴 명장이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과 함께 K리그 호성적을 이끌고 있다. 서정원 감독도 매 시즌 수원을 리그 우승권에 올려놓으며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황 감독과 서 감독은 지난 4일 포항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를 앞두고 최 감독의 중국행 거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세인티는 최근 최 감독에게 기본 연봉만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거액을 제안했다. 2년 6개월 동안 총 500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코치진 구성 등을 위해 최대 50만 달러(5억 6000만 원)를 추가 제시했다. 최 감독이 서울에서 받는 연봉 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액수였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친정팀과의 의리를 선택했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날 두고 어디 가. 전쟁 해야지"라고 농을 던지며 말문을 열었다. 질긴 악연이 있는 포항과 서울은 오는 11일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서 격돌한 뒤 22일 FA컵 8강전서 다시 한 번 맞닥뜨린다.  
황 감독은 "용수가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심사숙고했을 것이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현명하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쉽지 않았을 테지만 굉장히 크고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후배를 높이 평가했다. 
황 감독은 이어 "중국에서 인정을 받은 건 같은 K리그 지도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장쑤가 아무 생각없이 최 감독을 영입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ACL 등에서 용수의 장점을 봐서 그런 베팅을 한 것이다. 능력과 역량이 있는 친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최 감독의 결정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는 서 감독은 "내가 전혀 사정을 몰라서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의 가치로 봐주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우리도 ACL서 중국의 베이징 궈안과 맞붙었다. 언젠가부터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 됐다. 예전엔 일본과 중동 오일머니의 바람이 거셌는데 이제 그 흐름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입맛을 다셨다.
서 감독은 이어 "중국 구단은 선수 한 명을 데려오는데 K리그 구단의 1년 예산을 쓴다. K리그가 흥행하고 팬들이 경기장에 오려면 어떤 선수가 오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전문가들도 알고 있듯 K리그가 선수 이탈이 많아 걱정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감독은 또 "K리그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와 마케팅에 힘을 쓰라'는 말이 나온다"며 "결국은 질 좋은 축구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능력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좋은 선수가 계속 이탈하고 있다. 과연 그게 (말과 행동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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