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아듀' 정대세가 K리그에 날린 돌직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7.09 05: 59

'인민루니' 정대세(수원)가 빅버드 고별전을 펼쳤다. 12일 열리는 부산 원정 경기를 통해 K리그를 마무리 하게 되지만 일단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전남전서 1-0의 승리를 거둔 후 정대세는 자신의 심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한국에서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 그리고 K리그에 비수를 꽂는 이야기까지 숨김 없이 털어 놓았다.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정대세는 "수원은 계약 연장 제의가 없었다. 반면 일본에서 좋은 오퍼가 왔다. 축구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판단을 내렸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이 내가 경기에 뛰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이야기다. 그는 "정말로 수원에 남고 싶었다. 하지만 제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거듭강조했다. 정대세에게 기존 보다 훨씬 크고 긴 계약을 제시한 시미즈 S펄스를 외면할 수 없었다.
시미즈는 수원과의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정대세에게 기존의 2배 연봉을 제안했다. 계약 기간도 3년 6개월이었다. 31세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고액 연봉을 포기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정대세는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는 입장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수원에서 정대세는 축구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설명했다. 그는 "팀 플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 배웠다. 이기는 팀에서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배웠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정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면서 한국서의 좋은 기억을 설명했다. 새로운 축구를 통해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
그리고 북한 대표팀서 뛴 공격수라는 특이한 이력 때문에 정대세는 이적 초반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상처도 많이 받았던 터.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에서 뛰고 한국 프로축구에서 뛰는 그런 존재는 없었다. 평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수원으로 이적했다"면서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글들이 많았다. 99개의 좋은 댓글보다 1개의 부정적인 댓글에 더 속상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안하려 했다. 꼭 한명이 문제"라며 아쉬운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J리그와 독일에서 활약했던 정대세는 K리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지난 2006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보훔과 쾰른을 거쳐 수원으로 이적했다. J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독일 진출에 성공했다.
정대세는 2년 6개월 경험한 K리그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일본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격과 골키퍼는 정말 한국이 뛰어나다. K리그에 대한 생각이 높아졌다. 생각보다 높다. 전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수비도 굉장히 거칠고 골키퍼 선방도 좋다. 다만 관중이 많아지고 관심이 높아지면 행복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관중이 많아지고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프로 스포츠 존재의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했다. 일본과 독일에서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의외라는 평가라고 내릴 수 있다. K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팬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수원에 속한 선수가 관중이 많고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대세는 돌직구를 날렸다. 적은 관중과 낮은 관심이 K리그의 현주소라고 명백하게 말한 것이다.
최근 중국 및 중동지역의 막대한 투자로 인해 선수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대세는 프로 스포츠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따라서 구단과 팬들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은 관중 증대와 관심의 증가다. 중계가 많아진다고 해서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또 좋은 선수가 많다고 해서 관중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구단들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축구단 운영을 해야 할 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프로 스포츠의 출발이 다른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비싼 선수들을 모은다고 해서 전부가 아님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정대세가 던진 이야기를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그가 속했던 수원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과 연맹이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K리그를 떠나는 선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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