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유희관, 대한민국 유일한 투수"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10 05: 51

"배 나와서 잘 던지는 투수, 유희관밖에 없다". 
두산 에이스 유희관(29)은 느림의 미학을 자랑한다. 공은 느리고 또 느리지만 절묘한 제구와 영리한 운영으로 강타자들을 제압한다. 최근 2경기 연속 5실점하며 흔들렸지만, 리그 최다 11승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3.48(5위)을 기록 중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대한민국 유일하다"는 표현으로 그를 인정했다. 
그런데 그 평가의 속내가 재미있다. 김 감독은 "지금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배 나와서 잘 던지는 투수는 유희관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배가 불룩 나온 유희관은 바나나우유병과 같은 체형이다. 둔해 보이는 몸에도 경쾌한 동작으로 빠른 템포의 투구를 한다는 점에서 유희관은 반전의 매력이 있는 투수다. 

김 감독은 "유희관을 빼면 나머지 배 나온 투수들은 잘 안 되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도 배가 나와 있고, 장원삼(삼성)도 그렇더라. 우연히 사우나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 뭐야?'라니까 '금방 들어가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아직도 보니 배가 안 들어간 것 같다. 채병룡(SK)과 송은범(한화)도 배가 많이 나왔다"며 살찐 투수들을 열거했다. 
이처럼 김 감독이 배 나온 투수들을 지적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투수는 배가 나오면 끝이다. 공을 던질 때 허리가 안 넘어와서 팔이 벌어지게 되어있다"며 "배가 나온다는 건 러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볼스피드도 준다"고 지적했다. 롱런을 위한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배가 불룩 나온 유희관이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는 건 기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유희관은 정말 영리하다.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자기 폼을 체크한다. 투구시 몸이 빨리 열렸는지 어땠는지를 직접 알아서 고칠 줄 안다. 타자들의 타이밍도 잘 뺐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만약 김 감독과 유희관이 한 팀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 감독은 "우리 팀에서 캠프를 했다면 매일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왕복으로 뛰어야 할 것이다. 나와 안 만나길 잘했다"며 허허 웃은 뒤 "예전에도 캠프 때 투수들을 몇 시간씩이나 뛰게 했다"고 여러 팀에서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 중 압권은 SK 윤희상. 김 감독 시절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뛰어서 숙소로 돌아오던 윤희상이 그만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김 감독은 "시민들에게 'SK 선수가 길가에서 울고 있다'는 보고가 왔다. 길을 잃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며 껄껄 웃었다. 훗날 김 감독은 "이제 안 울어?"라고 물었고, 윤희상은 "이젠 길 알아요"라며 쑥스러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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