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훈련 보조요원 성공기, 두산 김대진 사원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7.21 06: 01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두산 베어스 운영 2팀의 김대진 사원(31)은 조금 특별한 경로로 야구단에 입사했다. 훈련 보조로 두산과 인연을 맺은 뒤 오랜 시간을 거쳐 직원이 됐다. 같은 팀 투수 이재우처럼 훈련 보조로 들어왔다가 선수가 된 케이스는 있지만, 프런트 직원이 된 것은 처음이다.
김 씨는 "다른 구단에는 직원이 된 훈련 보조 선배님들이 조금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산에서는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웃었다. 그리고 "배명고 3학년이던 2002년에 프로 팀의 지명을 받을 실력은 아니었다. 대학에 가기로 했는데 월드컵을 할때 즈음에 감독님이 부르셔서 '대학에 가겠느냐, 아니면 두산에서 불펜 포수를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두산과의 인연이 시작됐던 사연을 소개했다.
두산과 함께하게 된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은 팀에 대한 애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포수를 했다"는 김 씨는 "원래 두산 베어스를 좋아했다. 2001년 우승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도 해서 기대를 안고 들어왔다. 2002년 10월에 합류해 2003년에 계약했고, 3년 하고 군대에 갔다가 2008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2012 시즌을 마치고 직원이 됐다"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훈련 보조요원들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한 편이라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김 씨 역시 "서른이 되어갈 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도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고, 두산에 있게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김 씨는 믿음과 우직한 노력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음을 고백했다.
훈련 보조요원으로 보낸 8년이라는 시간은 달콤한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 2012 시즌 종료 후 구단에서 정직원 제의를 한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말만 나오고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러다 2013년 1월 (직원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서는 어머니도 많이 기뻐하면서 우셨다. '고생했다'고 하시기에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전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어 책임감도 생겼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하며 김 씨는 그때를 돌아봤다.
현재 하는 일은 퓨처스리그 전력분석이다. "올해는 2차 드래프트도 있어 그에 대비해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상대 팀 영상도 보며 파악도 하는 중이다. 원래 없던 보직인데,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일을 할 때 방향만 정해주시고 세부적인 것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고 믿어주신다.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김 씨는 말한다. 두산은 수년간 성실성을 보인 그를 위해 구단에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줬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였을 것이다.
두산 프런트 직원들은 김 씨의 장점으로 성실함 외에도 꼼꼼함을 꼽는다. 이를 김 씨에게 말해주자 부끄러워했지만, 잠시 뒤에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이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인데, 작업을 하고 나면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서라도 한다"고 말을 이었다. 동료 직원들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주변까지 기분 좋게 만들 정도로 항상 미소를 보이는 김 씨는 올해 결혼도 앞두고 있어 곧 행복이 두 배가 된다. "가장이 된다면 더 책임감이 커질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것도 감사한데 간절함도 더 커질 것 같다"는 말로 그는 새로 꾸릴 가정을 위해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고 싶은 것보다는 팀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것이 김 씨의 마음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김 씨는 망설임 없이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앞으로도 많이 배울 것이다. 두산 베어스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누군가가 필요할 때 팀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고 답했다.
훈련 보조요원들의 최종 목표는 대부분 구단 직원이 되는 것이다. 바늘구멍만큼 좁은 문이지만, 그는 그 문을 열어 젖힌 1인이다. 지금도 두산에서 활동하는 훈련 보조요원들은 김 씨를 보며 꿈을 키운다. 그들에게 김 씨는 음지에서 피어난 희망의 증거다. 그가 늘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nick@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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