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밴 헤켄, 한글로 선발 라인업 읽는 남자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7.22 10: 11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와의 경기.
경기를 한 시간 앞둔 오후 5시 30분. 양팀 코치들이 선발 라인업을 교환하고 나서 넥센 전력분석원이 3루 더그아웃에 상대 라인업이 적힌 종이를 들고 왔다. 이때 지나가던 전력분석원을 세우고 라인업을 잠시 살펴본 이는 바로 이날 넥센 선발투수 앤디 밴 헤켄(33)이었다.
밴 헤켄은 잠시 LG 선발 라인업을 살펴 보더니 전력분석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다시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 장면에서 놀라운 것은 밴 헤켄이 이름만 보고 타자들을 모두 안다는 것과, 종이 속 LG 타자 이름이 모두 한글로 적혀 있었다는 것. 위 전력분석원은 "밴 헤켄은 지난해 정도부터는 한글이나 등번호로 다 상대 선수들을 읽는다"고 말했다.

이날 타자들을 모두 훑고 나선 밴 헤켄은 7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고 3피안타 6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후반기 첫 승을 올리며 2연패를 끊음과 동시에 밴 헤켄은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투수가 됐다. 역대 20번째, 외국인 투수로서는 역대 3번째 기록이다.
경기 후 만난 밴 헤켄은 "오늘 컨트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자신의 투구를 평가했다. 시즌 10승을 축하하자 "팀이 전반기 삼성전에서 안좋게 끝났는데 오늘 이기면서 후반기를 시작해 기쁘다"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밴 헤켄은 20경기에서 131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삼진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4년차, 우리나라 타자들에게 읽힐 만큼 읽혔을 커리어인데도 탈삼진 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는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도 포크볼이 매년 더 좋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의 주무기를 비결로 밝혔다.
그는 "이제 한국 타자들을 대부분 알고 있다. 경기 전 배팅 오더를 보면서 오늘 어떤 전략으로 상대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피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반으로 가면 점수를 많이 줬다. 오늘처럼 등판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은 피칭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밴 헤켄이 2012년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을 때 구속이 130km대에 그쳐 구단의 우려를 샀던 것은 이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해프닝. 그는 마의 2년차, 3년차를 지나고 자신이 믿고 따르던 브랜든 나이트를 뛰어넘어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했다. 한글을 공부하고 한국 타자들을 연구하며 매년 더 발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에이스의 원천이다./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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