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합의판정 1년, 뚜렷한 성과와 과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26 06: 39

2014년 7월 22일은 KBO 리그에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제도가 도입된 날이다. 바로 흔히 비디오판독으로 불리는 ‘심판합의판정’이 시행된 날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지만 과제도 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반기 유독 굵은 오심이 속출하며 여론이 들끓자 결국 ‘성역’으로 여겨졌던 심판의 영역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KBO는 포스 및 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을 비롯해 5가지 사항에서 합의판정 요구를 인정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보다는 영역이 좁지만 시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은 거의 포함되어 있어 충분한 효율성을 가진다.
그 결과 1년 사이 합의판정 요구는 총 355번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오심으로 상황이 뒤집어진 경우는 총 138번으로 비율로 따지면 38.9% 정도가 된다. 우리보다 일찍 이 제도를 도입한 메이저리그(MLB)의 경우는 번복률이 거의 50%에 이른다. 물론 합의판정 요청 전 다른 경로를 통해 상황을 분석하는 경우가 많은 MLB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심판들의 자질이 결코 떨어지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성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오심으로 희생될 수 있었던 플레이가 40% 가까이 구제됐다. 불만도 많이 줄어들었다. 합의판정 도입 전 현장의 주장은 “심판도 오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는 필요하다. 심판들의 권위를 해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합의판정제 도입으로 인해 그 구제의 기회가 주어졌고 벤치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연히 어필도 많이 줄었다. 벤치, 심판, 그리고 팬 사이의 신뢰감을 유지하는 데 톡톡한 몫을 했다.
“합의판정 도입으로 심판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으나 그런 부작용은 그다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오심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라는 공감대는 현장과 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심판들이 좀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오고 있다. 경기의 투명성 재고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한 심판위원은 “오심이 드러나면 괴롭다. 하지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라리 합의판정으로 깔끔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팬들은 절대 다수가 합의판정제에 찬성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판독 범위와 횟수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오심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KBO에서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과제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오심으로 피해를 받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KBO 및 심판위원회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다만 인프라 여건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현재 합의판정은 100% 중계방송 카메라에 의존하고 있다. 중계방송 없이는 합의판정을 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KBO는 MLB처럼 자체적으로 합의판정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비용 및 인력 등의 문제로 아직은 이를 실천 단계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방송사 화면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방송사 또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합의판정 시행 이후 방송사도 주요 지점에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더 배치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합의판정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의판정제도가 현행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왕 도입한 합의판정이라면 잘 발전시켜야 한다. 뚜렷한 성과도 확인했지만 아직 갈 길도 먼 합의판정제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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