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한 ‘복면가왕’,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죠”[MBC 예능국장 인터뷰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7.28 07: 04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 방송된 지 3개월 2주 만에 동 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를 넘어섰다. 1년 이상 1위를 지켜온 철옹성을 무너뜨린 역사적인 날이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 분은 ‘복면가왕’이 16%(이하 전국 기준)로, 13.7%를 기록한 ‘슈퍼맨’을 2.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사실 방송 초반 ‘복면가왕’이 ‘슈퍼맨’을 이기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에 있는 MBC에서 ‘복면가왕’을 진두 지휘한 예능1국 이흥우 국장을 만났다. 1991년 5월 MBC에 입사해 ‘우정의 무대’ ‘테마게임’ ‘섹션 TV연예통신’ ‘일밤’ ‘안녕 프란체스카’ ‘논스톱5’ ‘인기가요 베스트50’ 등 걸출한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그이지만,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는 다소 쑥스러워했다. 수다도 떨며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긴 인터뷰 동안 이 국장은 아이스 커피로 목을 축이며 좀 더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위해 망설이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그 날의 기쁨을 증명하듯 형형색색의 펜으로 색칠해 놓은 시청률 집계표가 떡 하니 붙여있었다.
-지난 19일 '복면가왕'이 '슈퍼맨'의 벽을 깼다. '아빠! 어디가?' 이후로 되찾은 1위라서 예능국에는 더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월요일 아침 회의 때마다 우리들끼리 박수를 많이 치고 있다.(웃음) ‘복면가왕’이 매주 자체 시청률 경신하고 있어서다. 민철기, 노시용 PD가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민 PD와 노 PD 둘 다 2분기 프로그램 으뜸상을 받았다. (벽에 붙여놓은 시청률 그래프를 가리키며) 앞서 ‘복면가왕’이 ‘슈퍼맨’을 부분적으로 3번 정도 이기긴 했었지만(TNMS 집계) ‘일밤’이 ‘해피선데이’를 온전히 이긴 것은 39주 만에 처음이었다.(웃음) ‘복면가왕’은 9월 열리는 한국방송대상 예능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마 수상할 듯하다.”
-‘복면가왕’의 녹화를 마치고 첫 방송을 앞둔 예능국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이 프로그램이 잘 되리라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애니멀즈’가 우울했었는데 쾌거를 이뤘다. 내부에서도 섭외를 어떻게 할지 걱정했고 8명을 격주에 한 번씩 떨어뜨려야 해서 걱정도 적지 않았다. 제작진이 가수뿐만 아니라 잊혀진 사람들, 배우 등 다양한 직업 군에서 섭외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적절한 사람을 찾아내면서, 시청자들이 출연자에 대한 기대심리도 반영된 듯하다. ‘복면가왕’으로 인해 음악 버라이어티가 재미있게 진화된 것 같다.”
‘복면가왕’은 지난 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당시 EXID 솔지가 가창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연휴 동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작 ‘애니멀즈’가 방송 두 달 만에 평균 3%대 시청률로 종영하며 부진했기 때문에 ‘복면가왕’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 편성되며 대박이 났다. 복면에 가려진 가수에 대한 호기심과 우스꽝스러운 닉네임, 뛰어난 가창력, 복면을 벗을 때의 반전 등이 조화를 이뤄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높였다.
-‘복면가왕’이 단순한 노래 대결을 넘어서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남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가수들의 겉모습에도 많은 관심이 가지만 ‘복면가왕’은 가수의 노래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아이돌은 노래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니까 목소리만 듣고 누군지 궁금해 하면서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홍석천도, 백청강도 모두 반전의 재미를 안겼다.”
-MBC는 유독 노래 경연 장르에 강한 것 같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가수다’도 많은 사랑을 받았었지만 ‘복면가왕’의 히트 요인 중 하나는 코미디적 요소를 녹여내서 보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즐기고, 가수들도 웃으면서 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복면의 이름도 정말 재미있지 않나. ‘나가수’는 긴장감이 가득했는데 ‘복면가왕’은 그렇지 않다. 가수들도 얼굴을 가리고, 음성변조에 의한 익명성이 생기면서 예기치 않은 재미가 만들어졌다. 잘 되려고 하니 여러 가지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저급하지 않고 ‘고급지게’ 가치를 부여하려 한 점이 있다. 프로그램이 용맹, 투지, 지구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
-‘복면가왕’ 출연자 중 누가 제일 인상 깊었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누구 하나만 꼽을 수 없을 만큼 다 잘했다.(웃음) 솔지 육성재 홍석천 백청강 이홍기 김태균 문희경 김연우 등 일일이 열거 하기 어렵다. 출연자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았나. 가요계의 올드 보이와 영 보이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다. 방송하는 동안 가수들이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게 금세 또 잊혀진다. 1주일 만에 잊혀지더라도 하나의 에피소들이 모여 ‘복면가왕’을 이루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복면가왕’의 인기에는 4대~7대 가왕인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한몫을 차지했다. 8대 가왕전에서 가수 김연우가 클레오파트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명예 졸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제작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에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로 밝혀졌다. 10주 동안 그의 정체를 밝히려는 스포일러가 잦았지 않나. 아무리 조심해도 터져 나오는 스포일러를 막기는 쉽지 않은데 대처 방안이 있을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사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 것 같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모르는데 본인이 알고 있다고 해서 공개해버리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빼앗기는 게 아닌가! 거창한 공익은 아니지만 다수의 즐거움을 위해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방청객들이 약속을 잘 지켜주시고 심각한 유출은 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purplish@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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