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백종원과 밥 한 끼 하고싶다”[‘마리텔’ 김영만 인터뷰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8.05 09: 24

종이접기 연구가 김영만이 철옹성 같이 단단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벽을 무너뜨렸다. 백종원은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MLT-07 전반전이 진행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 1위를 내준 적이 없었다. ‘백주부’의 아성을 무너뜨린 김영만에게도 이날은 인생일대의 큰 사건이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마리텔’에서 MLT-07 후반전이 진행됐고 그 어떤 대결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쳤다. 시청률 집계 결과 김영만이 1위, 백종원이 2위, 솔지가 3위, 김구라가 4위, 레이디 제인이 5위를 기록했다.
김영만은 백종원이 ‘마리텔’에서 하차한 이후 전반전부터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왕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마리텔’에서는 17년 전 함께 종이접기를 했던 배우 신세경과 재회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결국 채팅창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응원 댓글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무 감동받았다. ‘반가워요’ ‘사랑해요’ 라는 댓글이 올라오니 감정이 벅차올랐다. 목까지 애틋한 감정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는데 눈앞에 스태프가 다같이 꺼이꺼이 울더라. 그래서 같이 눈물이 난 것 같다. 지금와서 보니 그들이 왜 울었는지 궁금하다.(웃음)같이 섞이니 참아왔던 게 터진 것이다.”

김영만은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TV에 나온 것에 대한 반가움과 제가 청년들의 아픈 곳을 건드려 놓았다는 게 어우러져 1등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정말 의외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쑥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988년 9월 KBS 2TV 'TV유치원 하나 둘 셋'에서 종이접기 강의를 시작한 김영만은 EBS '딩동댕 유치원', 대교어린이TV의 ‘김영만의 미술나라’에 출연하다 17년 만에 MBC '마리텔'을 통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교양만 하다 예능이라는 장르가 낯설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김영만은“예능국이라고 전화가 와서 고민했다. 처음에는 소품이 필요한 줄 알았다. 제작진과 만났는데 ‘마리텔’이 뭐냐고 물어봤다. 한바탕 폭소가 터졌고 하루만 여유를 주면 출연 여부를 결정해보겠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인터넷을 싹 다 뒤졌다. 그런데 방송 영상을 보고 ‘뭐 저런 방송이 있지?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 다음날 바로 나가겠다고 출연의사를 전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김영만은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으며 흔히 말하는 ‘대세’로 떠올랐다. 요즘 여러 방송사 및 신문사 기자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기 덕분에 ‘마리텔’에 고정 출연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적지 않다.
그는 “고정 요청이 오겠습니까? 저는 상상도 안하고 있다. 물론 방송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줄 수 있다. 교육적인 프로그램은 어디든 나가겠다. 광고도 내 이미지와 맞는 것이라면 할 수 있다.(웃음) 광고 출연료를 받게 되면 종이문화재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물론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큰 돈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적은 장학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옛날에는 경직돼서 애드리브도 조심해야했었다. 하지만 ‘마리텔’감독님이 대화하듯 풀어내라고 요청했다. 그 말에 큰 용기와 기운을 얻었다.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후반전부터는 날아다녔다.(웃음)”
김영만은 ‘백주부’ 백종원과 개인적으로 만나서 밥 한 끼 먹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백종원은)정말 최고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거기까지 올라간 사람이 아니냐. 어느 누구도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다. 같은 업종에서 반대 세력도 있을 법한데 그런 사람들도 없고 얼굴도 참 잘 생겼다.(웃음) 소통도 잘하고 참 푸근한 사람 같다.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각방에 들어가서 개인방송을 하다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화번호를 얻어 연락이 닿는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김영만은 ‘마리텔’에서 시청자들을 이른바 ‘코딱지’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의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은 시청자들은 “사랑 한다” “고맙다”고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코딱지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건 진짜 비밀인데 ‘마리텔’에서 코딱지라는 말을 안 하려고 했다. 물론 지금도 종이접기를 할 때 아이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코딱지’라고 부르지만 다 방송에서 다 큰 어른들이 듣기에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그래서 상당히 고민했다. 흥분하면 나올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감독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듯이 쉽게 해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그럼에도 안하려고 했지만 방송 시작 5분 만에 튀어나왔다.(웃음)큰일 났다 싶었는데 채팅창에 좋은 반응이 올라와서 다행이었다.”
김영만은 종이접기를 등한시 하고 국영수 중심으로 치우친 현 세태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년 7살과 올해 7살이 다르다. 작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다. 갈수록 점점 아이들이 진화된다. 요즘 아이들은 종이접기 아예 안한다. 4,5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한글을 깨우쳐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나. 암기만 강조하다보면 인성이 자라지 못한다. 인성 없는 교육은 좋지 않다. 요즘에는 비슷하게 만들어보라고 과제를 내주면 스마트폰부터 켜고 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곧 스승이라고 표현한 김영만은 “아이들에게 순수성을 배웠고 잘 배웠으니 ‘이건 선물이야’라고 말하며 주는 게 종이접기다. 앞으로 산간오지를 다니며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싶다. 1년에 한 번씩 개발도상국에 찾아가 현지 교사들에게 종이접기를 전파하는 활동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많은 사람이 종이접기 분야가 불투명하고 전망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상관없다. 나에게만 투명하고 희망이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이빨이 다 빠지고 허리 굽어도 죽을 때까지 종이접기를 할 거다.(웃음)”/ purplish@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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