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4일 휴식 덫' 한화, 변칙으로 위기 악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06 05: 58

한화의 수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한화의 연패가 계속 되고 있다. 이용규가 종아리 부상을 입고 이탈한 지난달 31일 대전 KIA전부터 최근 5연패. 시즌 팀 최다 타이 기록으로 어느덧 순위도 5위에서 6위로 1.5경기가 뒤져있다. 이용규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베스트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게 가장 크지만 투수 운용을 빼놓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선발투수의 거듭된 4일 휴식 변칙이 5연패를 야기했다. 최근 5연패 중 3경기에 선발투수가 4일만 쉬고 등판했다. 변칙으로 위기가 악화된 모양새다.
▲ 탈보트·김민우, 4일 휴식 덫

한화가 5연패를 당한 5일 문학 SK전은 1회부터 5득점을 몰아친 SK로 흐름이 넘어갔다. 한화 선발 미치 탈보트는 1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는데 공통점은 4일 휴식의 반복이었다는 점이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1일 수원 kt전 이후 탈보트는 3경기에서 모두 4일을 쉬고 나왔으나 전부 패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인 투수 김민우도 지난달 22일 수원 kt전 3⅔이닝 1실점 62구 호투 이후 이틀을 쉬고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선발투수 데뷔전이었던 25일 대전 삼성전 4⅔이닝 1실점 84구 호투 이후 2경기에서 모두 4일 휴식을 갖고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30일 잠실 두산전 3⅔이닝 2실점, 4일 문학 SK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강판됐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 좋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 순서상으로는 배영수가 4일 SK전에 등판할 차례였다. 배영수가 순서대로 나왔다면 김민우-탈보트는 5일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최근 호조의 김민우와 SK에 강한 탈보트를 감안해 배영수를 뒤로 빼며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거듭된 4일 휴식에는 장사가 없었고, 배영수는 5일 승부가 1-7로 기운 5회 구원으로 나와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의 4일 휴식은 일반적이다. 162경기 체제에서 연전이 계속되면 5인 선발 로테이션에서 4일 휴식이 불가피하다. 올해부터 144경기 체제가 됐지만 지금까지 월요일의 휴식일이 보장된 KBO리그 선발투수의 4일 휴식은 로테이션상 화요일·일요일을 맡아야 할 투수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겪는다. 한화의 마운드 운용이 이 정석에서 벗어나있다.
▲ 4일 휴식 최다, 결과는 최악
한화는 올 시즌 선발투수 4일 이하 휴식 등판이 25차례로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이다. 4일 휴식 22경기 외에도 1일·2일·3일 휴식도 한 경기씩 있었다. 한화 다음으로 롯데가 19경기로 뒤를 잇고 있을 뿐, LG(17경기) kt(16경기) KIA(15경기) NC(13경기) SK(12경기) 삼성·두산(9경기) 넥센(8경기)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다. 넥센에 비교하면 4일 휴식이 3배나 더 많다.
문제는 그 결과가 안 좋다는데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8번의 4일 휴식 등판을 가진 탈보트는 5회 이전 강판이 5번이나 있었다. 2승5패 평균자책점 8.8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나머지 5일 이상 휴식을 취한 14경기에서 6승3패로 평균자책점은 4.66. 데이터는 4일 휴식이 탈보트에게 좋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있지만, 4월이나 지금이나 4일 휴식이 반복되고 있다.
4일 휴식의 부진은 탈보트 뿐만이 아니다. 안영명도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11.50으로 부진했고, 쉐인 유먼 역시 3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30을 남겼다. 송은범도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9.45. 그나마 배영수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6으로 선방했으나 1승2패에 그쳤다. 한화는 선발투수가 4일 쉬고 나온 25경기에서 8승17패로 승률이 3할2푼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의 선발투수 4일 이하 휴식은 5월에 8경기로 가장 많았다. 이어 4월 6경기, 6월 5경기, 7월 4경기, 8월 2경기 순이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지 못할 정도로 선발진이 부진을 거듭한 한화는 불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규칙보다는 불규칙, 정석보다는 변칙적으로 승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규 부상으로 타선의 힘이 떨어지고, 불펜의 체력 저하가 찾아온 지금, 선발 4일 휴식은 점점 독이 되어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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