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임팔라, “표범의 허를 찌르는 초식동물”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8.16 08: 59

임팔라(Impala)는 남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영양(羚羊)류의 이름이다. 날렵한 몸매와 긴 다리를 갖고 있는 초식동물로 달리는 속도가 표범에 뒤지지 않는다. 쉐보레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슴’으로 통하는 초식동물에서 이름을 따와 플래그십 세단으로 쓰고 있다.
한국지엠이 알페온을 거두고 새로운 준대형 플래그십 세단으로 내세운 임팔라는 지엠 본사의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만들어진 수입차량이다. 1958년 첫 생산을 시작해 10세대까지 명성을 이어온 임팔라는 아프리카 평원을 달리는 영양(羚羊)에서 영감을 받아 차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리조트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연 쉐보레 임팔라는 초원을 달리는 초식 동물에서 따온 이름과 지엠의 본고장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생산 된다는 두 가지 배경이 이 차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데 크게 작용했다.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표범처럼 빨리 달리고, 유순하면서도 우아한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적인 요소로 친화적이지만 역시 본질은 실용성을 강조한 미국차였다.
임팔라는 국내에 2.5L 엔진을 단 모델과 3.6L 엔진을 장착한 두 가지 모델로 들어왔다. 스포티하면서 안락한 주행감을 위한 3.6L, 연비를 고려하고 쾌적한 드라이빙을 강조한 2.5L 엔진이다. 이 두 모델은 가격과 출력만 다른 게 아니다. 특성이 다르게 세팅 됐다. 소비자는 가격 이전에 자신의 운전 스타일을 먼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스펙을 보자. 3.6L 모델은 최대 출력 309마력과 최대 토크 36.5kg.m를 발휘하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이 달렸다. 캐딜락(Cadillac) 브랜드의 대형 세단 XTS에 적용된 바 있는 3.6리터 직분사 엔진은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의 프리미엄 파워트레인이다. 복합연비 9.2km/L, 고속주행연비 12.0km/L, 도심주행연비 7.7 km/L다.
 
이에 비해 2.5L 모델은 최대출력 199마력, 최대 토크 26.0kg.m에 기반한 고효율 2.5리터 4기통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연비 성능 향상을 위해 스탑 앤 스타트 시스템이 동급 가솔린 모델 중 최초로 적용됐다. 복합연비 10.5km/L, 고속주행연비 12.5km/L, 도심주행연비 9.3 km/L이다.
여수공항에서부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남해 사우스케이프 리조트로 가는 도로와 남해 미조항 일대를 돌아보는 비교적 길고 다양한 도로조건에서의 시승코스를 달렸다. 시승에 동원 된 차는 국내 판매가 4,191만 원짜리 3.6L LTZ 모델이었고 20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 됐다.(2.5L LT는 3,409만 원, 2.5L LTZ는 3,851만 원이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전장 5,110mm는 여유가 넘쳤다. 사이즈가 주는 압박이 있을 법 했다. 그런데 세이프티카의 안내를 받으며 줄지어 달리는 앞 차의 뒷모습은 의외로 단정해 보였다. 크기로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는 선입관은 버려도 될 듯했다.
 
디자인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한 눈에 시선을 끌기 보다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우아함이 있었다. 아래쪽이 살짝 들린 듯한 트렁크 하부 처리가 차체의 크기가 주는 부담을 줄여주고 역동성을 높이는 구실을 했다.
실내는 들어앉는 순간 외부의 소음과 단절 됐다. 3중 실링 도어와 5.0mm 이중 접합 차음 유리의 효과는 제대로였다. 항공기 조종석을 뜻하는 콕핏에 듀얼이 붙은 ‘듀얼-콕핏’ 인테리어는 임팔라에 와서 한결 유려해졌다. 운전석 창문틀에서부터 대시보드를 지나 동승석 창문틀까지 이어지는 황갈색 투톤 섬유질감은 센터페시아에 집중 된 차가운 기계장치를 친근하게 한다. 투톤 인테리어는 시트의 색감과 조화를 이뤄 아늑한 실내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하부에서 바퀴가 도로를 구르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온다.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소리는 차음이 아주 잘 돼 있다. 유독 하부에서는 바깥 소리가 남아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음악을 켜면 하부소음은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또한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
임팔라에는 BOSE® 프리미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실렸다. 11개의 고성능 스피커가 콘서트홀을 설계하듯 곳곳에 숨어 있다. 2.5리터 모델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ctive Noise Cancellation) 기능이 장착 돼 있어 소리를 소리로 제어하는 장치도 있다.
한국지엠에서는 남해고속도로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노후화 된 시멘트 포장 도로라 노면음이 다른 도로보다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스펜션은 독일차와 일본차의 중간 정도로 세팅 됐다. 코너링에서는 안정감이 뛰어났지만 요철에 가까운 우리나라 도로의 과속 방지턱 앞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줄일 필요가 있었다.
한국지엠은 ‘단단한 차체’와 ‘세밀한 서스펜션 세팅’에 기반한 주행특성을 보인다고 임팔라를 소개했다. 전륜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McPherson Strut-type Front Suspension)은 우물 정(#)자 타입 크래들(Cradle)과 결합해 차량 전체의 강성을 강화하고 후륜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4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이 채택돼 승차감을 증대하고 차체 중량 부담을 줄였다. 
 
3.6리터 모델의 최대 출력 309마력은 고속도로에서 매우 위력적이었다. 계기반의 제한속도가 시속 240km였는데 혹자는 시속 220km를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렸다. 주행 스타일은 포효하는 맹수의 울부짖음보다는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바람처럼 달리는 초식동물의 특성을 닮았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토크를 발휘하도록 킥다운을 자주 쓰는 운전자 보다는 꾸준히 최대속도를 올리는 운전자 쪽에 더 친화적이다.
임팔라에는 ‘에코’ ‘노말’ ‘스포트’ 같은 운전모드 선택이 없다. 대신 3.6리터와 2.5리터 모델을 구분하면서 주행 특성을 감안해 세팅했다고 한다. “스포티하고 편안한 주행감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3.6리터 모델을, 경제적이고 쾌적한 운전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2.5리터 모델을 권하고 싶다”는 게 한국지엠의 생각이다.
535리터의 트렁크 적재 공간은 한눈에 탄성을 자아낸다. 트렁크를 열면 마치 커다란 동굴이 들어앉은 것 같다. 골프백이 몇 개가 들어가는 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비밀번호를 설정해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크릿 큐브’, 트렁크 잠김 및 차량설정을 제어하는 발레모드, 일반 가전제품을 별도 어댑터 없이 바로 차량과 연결해 사용 할 수 있는 220V 인버터 등은 임팔라 운전자에게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액티브 폰 쿨링(APC)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를 지원하는 차세대 마이링크(MyLink)는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레이더와 전방 카메라를 통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FSR ACC: Full-Speed Range Adaptive Cruise Control)과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CMB: Collision Mitigation Braking)은 차량의 안전성을 높여주고, 한국 소비자를 위해 특별히 고려 된 하이패스 기능은 임팔라가 수입차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