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 잊고 있었던 SK 최고의 기대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27 10: 10

SK 안방마님 정상호(33)가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이는 “SK 타선의 최고 기대주는 정상호다”라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단번에 깨닫게 하는 극적인 한 방이기도 했다. 기분을 전환한 정상호가 남은 경기에서 공격적으로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상호는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그런데 이 끝내기는 ‘시즌 끝내기’로 갈 수도 있었던 팀을 구해내는 한 방이었다는 점에서 그 손맛이 남달랐다. SK는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5위 KIA와의 승차가 5.5경기로 벌어질 수 있었다. 잔여 33경기에서 5.5경기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KIA와의 양자구도가 아닌, 한화와 롯데까지 낀 다자구도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상황은 2-4로 뒤진 9회였다. KIA는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윤석민이 등판했다. 하지만 SK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선두 박정권이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1사 후에는 또 하나의 베테랑 조동화가 우전안타로 덕아웃의 동료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정상호는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제대로 잡아 당겨 좌월 끝내기 3점 홈런을 날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정상호의 시즌 9호 홈런이었다.

시즌 전 기대치에 비하면 늦은 9호 홈런일 수도 있다. 정상호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팀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은 선수였다. 김용희 SK 감독과 김무관 당시 1군 타격코치는 “정상호가 하위타선의 핵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분명 장타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8번 타순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상대에 위압감을 줄 적임자라는 것이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둔 정상호도 ‘거포 무장’을 선언하며 시즌을 별렀다.
그러나 시즌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주전 포수로 나섰으나 공격적인 측면에서 기복이 심했다. 자주 투구나 파울타구에 맞아 잔부상이 겹쳤던 것도 독이 됐다. 4월 3할1푼6리에 이른 타율은 5월 2할4푼2리, 6월 2할1푼7리, 7월 1할6푼7리로 계속 떨어졌다. 또한 팀 타선이 워낙 빈타에 시달리다보니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좋은 이재원이 지명타자에서 포수로 이동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정상호 4경기, 이재원 2경기’라는 시즌 전 구상은 완전히 틀어졌다.
크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주위 상황까지 겹쳐 스스로도 답답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러나 차분히 기회를 기다린 정상호는 반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8월 타율이 3할2푼3리까지 올라왔다. 또한 이재원이 체력적인 문제로 타격에서 저조한 감을 이어가자 이제는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26일 선발 출장한 정상호는 시원한 끝내기포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알렸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향후 정상호의 몫은 중대하다. 포수로 많은 경기를 나선 이재원은 체력적인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상태로는 “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정상호가 건강하게 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수비력은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지만 현재 SK 상황은 수비만 잘해서 박수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26일처럼 공격에서도 자기 몫은 해줘야 한다. 시즌 전 ‘최고 기대주’의 진가가 남은 33경기에서 드러날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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