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안전하십니까, 애슐리 매디슨 사태...CEO까지 퇴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08.29 15: 46

'불륜조장 사이트'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던 애슐리 매디슨의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물러났다.
29일(한국시간)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애슐리 매디슨의 모회사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ALM)은 노엘 비더만 CEO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슐리 매디슨은 이번 문제에 대해 사법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차기 CEO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달 '임팩트팀(Impact Team)'이라는 이름의 해커그룹에 의해 해킹을 당했다. 임팩트팀은 3700만명에 달하는 애슐리 매디슨 사용자들의 신상 정보를 밝히겠다면서 애슐리 매디슨과 자매회사 이스터블리시드멘(Established Men) 폐쇄를 요구했다.
하지만 애슐리 매디슨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자 임팩트팀은 최근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로그인 정보 등이 담긴 9.7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 애슐리 매디슨 회원 정보가 공개되자 세계 각지의 가정법률 사무소에 이혼 문의가 이어졌다. 또 배우자 등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협박과 금품 요구 사례도 속출했다. 캐나다에서 일어난 자살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친 정황이 밝혀졌다.
국가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과 국방부 직원을 포함해 공무원 추정 회원만 1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의 이메일도 포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메일도 포함됐다. 캐나다에서는 집단 소송으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 등과 관련된 or.kr, go.kr, korea.kr 등의 이메일 주소도 발견됐고 이 중에는 신용카드 결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이메일 주소인 co.kr도 1만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가 가입 시 실명확인을 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는 도용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난 2월 간통죄 위헌 판정이 내려지자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해왔던 애슐리 매디슨이라는 점에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불륜'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런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 사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너무도 안일하다는 데 있다. 이번 애슐리 매디슨 해킹 사태가 불러온 파장에 대해 너무도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2008년 오픈마켓 옥션, GS칼텍스 이후 신세계몰, 러시앤캐시, KT, 현대캐피탈, SK 계열 네이트와 싸이월드, 한국엡손, 넥슨, EBS,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굵지굵직한 정보유출 사태를 계속 겪었다. 그래서 무감각해진 것일까. 낯선 이들로부터 오는 이메일에도 그저 '내 정보가 떠돌아 다니는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말 뿐이다. 그만큼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져 있다.
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고 해당 업체는 관련자 무더기 징계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도 문제다. 관련된 소송이 아직 진행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기대 이하 수준이다. 결국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인식이 재고되지 않는 한, 이런 유출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는 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CEO까지 물어나야 했던 이번 애슐리 매디슨의 해킹에 의한 개인 정보 유출은 "당신은 안전하십니까"라는 물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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