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에서 대폭발' LG, X-존 재설치 딜레마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9.01 07: 15

LG 트윈스는 2009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홈경기마다 X-존이라 불리는 이동식 펜스를 설치했다. X-존으로 인해 드넓은 잠실구장의 외야가 줄어들었는데, 중앙펜스까지의 거리는 125m에서 121m,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까지는 120m에서 116m가 됐다. 펜스의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아졌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기대했던 대로 홈런수가 증가했다. 2009시즌 64개, 2010시즌 39개의 X-존만 넘긴 홈런이 나왔다. X-존이 없었으면 외야플라이나 2, 3루타가 됐을 타구 103개가 홈런이 됐다. X-존으로 인해 2009년 홈런 245개, 2010년 홈런 234개로 통산 잠실구장 최다홈런 1, 2위 기록을 세웠다.  
홈경기 성적도 좋아졌다. LG는 2009시즌 잠실 홈경기에서 29승 35패 2무 승률 4할3푼9리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에선 25승 40패 2무로 승률이 3할7푼3리였다. 2010시즌에는 홈에서 31승 33패 3무로 승률 4할6푼3리, 원정에선 26승 38패 2무로 승률 3할9푼4리였다. 홈런 마진에선 손해였으나(2009시즌 X-존 홈런 29개-피홈런 35개·2010시즌 X-존 홈런 19개-피홈런20개) 홈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2011시즌부터 LG는 X-존을 철거했고, 2013시즌까지 3년 동안은 홈보다 원정에서 높은 승률을 올렸다. 이 기간 LG는 홈에서 91승 104패 2무 승률 4할6푼7리, 원정에선 99승 94패 4무 승률 5할1푼3리를 찍었다. 특히 2012시즌에는 홈에서 25승 41패 1무 승률 3할7푼9리로 부진했으나 원정에선 32승 31패 3무 승률 5할8리로 5할 승률이상을 달성했다.
올 시즌 LG의 최대약점은 공격력이다. 팀 평균자책점 4.68로 이 부문 리그 3위에 자리하고 있으나, 팀 타율과 경기당 평균득점에서 각각 2할6푼1리, 4.43점으로 최하위다. 1군 데뷔 무대를 치르고 있는 kt(팀 타율 2할7푼5리·경기당 평균 4.84점)보다도 못하다. 원인은 장타력 부재에 있다. 팀 홈런과 팀 장타율에서 바닥(96개·0.390)이다. LG는 올 시즌 유일하게 20홈런 타자가 없는 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원정경기에선 사뭇 다른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먼저 원정경기 홈런 73개로 이 부문 리그 2위다. 원정경기 홈런 1위인 넥센(75개)과 불과 2개 차이다. 원정경기 타율과 OPS에서 각각 2할7푼5리, 0.788로 리그에서 평균이상의 타격을 하고 있다. 시즌 내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병규(7번)는 32번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0개를 터뜨렸다. 오지환도 원정경기 홈런 8개로 홈보다 원정에서 강하다.
잃어버린 장타력을 회복하고, 홈런을 통한 박진감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면, X-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LG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양석환 유강남 채은성 서상우 나성용 등이 하루라도 빨리 성장하려면, 작은 구장에서 뛸 필요가 있다. 박병호 박경수 김상현이 잠실구장에서 탈출한 후 타격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투수력이다. LG는 올 시즌 원정경기 평균자책점이 6.07로 리그 최하위다. 반면 홈경기 평균자책점은 3.36으로 1위, 타선과 마운드가 반대노선을 걷고 있다. 승률 또한 홈경기가 낫다. 홈에서 27승 31패 1무로 승률 4할6푼6리, 원정에선 25승 35패로 승률 4할1푼7리다. 2013시즌부터 LG 투수들은 드넓은 잠실구장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3년 동안 홈에서 97승 88패 2무를 기록하고 있다.
LG는 X-존 재설치를 두고 고민 중이다. 답답한 타선을 생각하면, X-존이 절실하다. 그러나 LG가 마운드를 앞세우는 팀인 것을 감안하면, X-존이 LG의 장점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게다가 LG는 임훈과 안익훈으로 인해 외야진의 수비범위도 넓어졌다. 리빌딩 시기에 맞춰 팀컬러도 바꿀지, 아니면 장점을 유지할지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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