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심하고 '적극' 해명하고 '아님' 말고? [음원사재기③]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5.09.23 17: 12

또다시 음원 사재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1일 JTBC '뉴스룸'이 "일부 대형 기획사에서 음원을 사재기 하고 있다. 음원 사이트에 아이디를 수천 개 만들어놓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24시간 돌린다. 중국에 브로커가 연결돼 있다. 수백 개 휴대전화를 이용해 순위를 조작한다"고 보도한 이후의 일이다.
방송 이후 다시 한번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말 음원 사재기가 이뤄지는가"라는 의혹은 물론 "이번에는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우리 오빠들 또 의심받겠네"라며 울상 짓는 팬들도 있다. 논란 제시 이후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면 좋으련만 쑤시기를 당할 때마다 상처받는 건 가수들 본인이고 그 팬들이다.
그동안 사재기 논란으로 애먼 가수들이 의심받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가지고 피의자로 몰아가는 시선도 많았다. 대형 소속사 가수들과 붙은 중소 기획사 가수들이 선전할 땐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의혹을 던지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에게 씁쓸한 일이다.

팬들 사이 물고 물리는 일도 흔하다. 한 대형 한류스타의 팬들은 음반 판매량에서 밀리자 후배 아이돌 그룹의 팬들을 사재기로 몰아갔다. 내 가수를 위해 다짜고짜 사재기 의혹을 던지기도 한다. 대형 가수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해 선전한다는 죄목이다. 
최근 가장 큰 돌을 맞은 이들은 방탄소년단이다. 지난 5월 발표한 '화양연화' 앨범이 큰 사랑을 받자 타 팬덤이 '사재기 소년단'이라고 몰아세웠다. 데뷔한 지 2년 만에 '대세돌'로 떠오른 기쁨도 잠시, 방탄소년단은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팬들이 실제 구매한 영수증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증거로 쏟아 낼 정도로 일은 커졌다. 
결국 양쪽은 법의 힘을 빌렸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음반을 대량구매해 음반 판매 순위에 영향을 미쳤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은 단순한 풍문에 불과하다. 진정인에게 그 취지를 설명했으므로 종결한다"는 진정 사건 처분 결과 통지서를 발부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이나 이를 막아 내는 쪽 모두 나름의 증거를 제시하지만 법적으로 진실을 가려 내긴 힘들다. 이미 2013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4대 기획사가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고발하고 경찰과 검찰이 나서 수사한 지 2년째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고발 당시 맞물렸던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역시 어떤 상황인지 오리무중이다. 2013년 8월 당시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음원 사재기로 음악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여의도를 표류하고 있다.
모두에게 생채기가 난 꼴이다. 의심하고 해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가 가요계를 더욱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JTBC 방송 캡처, 빅히트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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