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등판, 롯데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9.24 22: 17

"하루에 2~3시간만 쉬고 2번이나 등판하는 건 쉽지가 않다. 가급적이면 연속 출전시키기 않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은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이와 같이 말했다. 한창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는 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일단 두산과 갖는 더블헤더 1차전은 연패탈출이 시급했다. 그래서 조쉬 린드블럼을 1차전에, 배장호를 2차전에 넣으면서 둘의 순서까지 바꿨다.
계산은 이랬다. 일단 1차전에 나서는 린드블럼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 소모를 막고, 2차전에는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셈법이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경기 초반 난조를 겪으며 6이닝만 소화했다. 이후 롯데는 홍성민(1⅓이닝), 이명우(⅔이닝), 이성민(1이닝)으로 1차전을 끝냈다.

그런데 2차전에도 홍성민과 이명우는 또 나왔다. 홍성민은 3-3 동점인 7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박건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불과 2~3시간 전 1⅓이닝을 던진 투수가 말이다. 그나마 홍성민은 김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이명우에게 넘겼다.
이명우 역시 1차전에 등판했던 투수다. 그리고 이명우는 대타 양의지에게 초구 투런포를 맞았다. 표면적으로는 팽팽했던 승부가 홍성민, 그리고 이명우 때문에 기울었다. 하지만 이들 두 명은 1차전에도 공을 던졌던 선수였다. 단지 마운드에서만 던진 게 아니라 불펜에서 계속 몸을 풀다가 나왔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7회초 두산이 계속 거세게 몰아붙이자 이번에는 롯데 불펜에 이성민까지 대기했다. 결국 이성민은 등판하지 않고 심수창이 나가 홍성흔에게 만루포를 맞았지만, 롯데는 1차전에 나왔던 불펜투수 3명을 모두 쓸 계획으로 2차전에 준비시켰다.
결국 롯데는 6-10으로 지면서 6연패 늪에 빠졌다. 리더의 한 마디는 천금과도 같이 무거워야 한다. 벼랑에 몰려있는 상황이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리더의 말은 아래 장수들은 물론이고 병사들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이날 롯데는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한꺼번에 놓쳤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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