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정의윤, 동기생 4번 와일드 대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5 06: 02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인 박병호(29, 넥센)와 리그에서 가장 놀라움을 주고 있는 타자인 정의윤(29, SK)이 외나무다리에서 4번 타자 대결을 벌인다. 입단 동기로 LG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두 선수는 이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생존 경쟁에 들어간다.
정규시즌 4위인 넥센과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SK는 7일 목동구장에서 올해 새롭게 신설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인다. 4위 넥센이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하는 터라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SK는 자동 탈락한다. 넥센이 유리한 상황은 맞다. 그러나 SK가 1차전을 잡을 경우 기세와 함께 2차전이 열린다는 점은 넥센도 부담스럽다. 2차전을 일정표에서 없애려는 넥센, 그리고 가을야구를 연장하려는 SK가 7일 정면충돌한다.
중요한 요소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4번 타자’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3개의 홈런을 치며 자신의 개인기록을 또 한 번 경신, KBO 리그 역사상 첫 4년 연속 홈런왕을 예약한 박병호의 대포가 목동으로 몰려드는 SK 투수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SK는 이적 이후 14개의 홈런을 때리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정의윤을 앞세워 응사에 나선다.

1986년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2005년 나란히 LG에 입단하며 팀 미래를 이끌 중장거리포로 기대를 모았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병호는 LG의 1차 지명을 받았고 부산고를 나온 정의윤은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지역 고교의 마운드를 폭발적인 장타로 두들긴 우타거포 요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LG가 넓디넓은 잠실을 극복하는 날이 온다면 박병호와 정의윤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LG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박병호를 먼저 상무에 보내고 제대 후 정의윤을 상무로 보내는 등 LG도 부단히 애를 썼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병호는 LG에서 4년 동안 24개의 홈런, 정의윤은 8년 동안 31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2012년 31개, 2013년 37개, 2014년 52개, 그리고 올해 53개의 홈런을 치며 명실상부한 KBO 리그 최고의 타자로 떠올랐다. 정의윤도 올해 트레이드로 SK의 유니폼을 입은 뒤 14개의 대포를 쏟아내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는 7월 이후 이적 선수로는 2000년 스미스(LG, 15개) 이후 최고 홈런 기록이다.
이런 두 선수는 얄궂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목동구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외야펜스가 없어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으로 유명하다. 홈런 한 방이 경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는 팀의 가장 믿을 만한 도끼들이다. 전체적인 커리어야 먼저 알을 깨고 나온 박병호가 우위에 있지만 9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정의윤(29경기 타율 4할6리, 9홈런, 23타점)의 기세도 밀릴 것은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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