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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들었다 놨다, 역대급 히드랍더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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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He dropped the ball!". 

한국시간으로 지난 2009년 6월13일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서브웨이시리즈가 열린 양키스타디움. 7-8로 뒤진 양키스의 9회말 마지막 공격 2사 1·2루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평범한 내야 뜬공을 쳤다. 메츠 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손가락을 하늘로 가리키며 소리쳤고,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가 여유 있게 몸을 뒤로 움직이며 포구할 채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카스티요의 스텝이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글러브에 들어간 공이 튀어나와 땅에 떨어졌다. 1~2루 주자 모두 전력 질주하며 홈으로 들어왔고, 실책을 저지른 카스티요는 홈 승부는 생각도 못한 채 엉뚱하게 2루로 던졌다. 

메츠의 8-7 승리로 끝날 경기가 양키스의 9-8 끝내기 승리로 돌변한 것이다. 당시 양키스 전담방송인 'YES' 캐스터 마이클 케이는 격앙된 목소리로 "히 드랍 더 볼(He dropped the ball)!"을 수차례 외쳤다. 예상치 못한 실책으로 극적인 끝내기 경기가 된 이 순간 케이의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와 '히드랍더볼'은 수비수들이 평범한 뜬공 타구를 놓쳤을 때마다 나오는 단골멘트가 됐다. 이제는 거의 야구 용어가 됐다.

7일 목동구장에서 치러진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과 '히드랍더볼'로 경기가 끝났다. 4-4 동점으로 맞선 연장 12회말 2사 만루, 넥센 윤석민의 빗맞은 타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투수 박정배는 뜬공 아웃을 확신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타구가 생각보다 낮게 떴고, SK 유격수 김성현이 앞으로 달려오다 그만 공을 놓쳤다.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야속하게도 공은 그를 빗겨갔다. 끝내기 실책으로 넥센이 승리했고, SK의 시즌은 그대로 마감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가 3-2로 리드한 9회초 1사 1루에서 이병규(7번)가 평범한 뜬공을 쳤다. 높게 뜬 타구, 그러나 NC 2루수 박민우가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사이 1루 주자 문선재가 판단 미스로 전력질주하다 운 좋게 홈까지 밟으며 4-2로 달아나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결국 NC는 2-4로 경기를 패했고,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4패로 패퇴하며 경험 부족을 실감했다. 

최고 유격수 박진만에게도 큰 경기 히드랍더볼의 순간은 있었다. 지난 2004년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9차전, 장대비가 쏟아진 명승부로 유명한 이날 경기에서 현대 유격수 박진만에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할 기회가 왔다. 8-6으로 앞선 9회초 2사 1·2루 신동주의 뜬공 타구, 그러나 굵은 빗줄기 때문에 공이 글러브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8-7로 쫓기면서 2사 1·2루 위기가 계속됐지만, 후속 타자 강동우를 1루 땅볼 처리하면서 현대는 우승을 차지했다. 박진만의 실수도 잊혀졌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올해 한화 권용관이 결정적인 히드랍더볼을 범했다. 지난달 8일 잠실 LG전, 한화가 7-4로 리드한 9회말 1사 2루 양석환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1루수 권용관이 놓친 것이다. 이날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뒤 3루수에서 다시 1루수로 위치를 옮긴 권용관은 머리 위로 높게 뜬 타구에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었다. 이 실수로 한화는 9회말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2회 접전 끝에 7-8 끝내기로 졌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한화는 5연패했고, 가을 야구에서 멀어졌다. 

2007년에는 시즌 막판까지 4강 싸움을 한 LG가 백업 내야수 김우석의 히드랍더볼로 자멸했다. 그해 9월7일 LG가 2-1로 리드한 9회초 2사 3루. 우규민이 정경배에게 평범한 2루 뜬공을 유도하며 승리를 가져가는가 싶었다. 그런데 수비가 좋기로 정평이 난 김우석이 공을 글러브에 넣었다 빠뜨렸다. 믿을 수 없는 실책으로 동점이 된 뒤 결국 2-3 역전패. 이날 패배로 LG는 4연패와 함께 4위 한화와 격차가 4경기로 벌어졌고, 결국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야구에서 실수는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평범한 뜬공 타구를 놓쳐서 팀이 수렁에 빠질 경우 그 내상이 오래 간다. 원조 히드랍더볼러 카스티요는 올스타 3회 2루수였지만 이듬해 시즌을 마치고 만 35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2007년 LG 김우석은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한 뒤 1시즌을 뛰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김성현은 아직 만 28세의 젊은 선수로 앞날이 창창하다. 큰 경기에서 뼈아픈 실책을 한 김성현도 하루발리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waw@osen.co.kr

[사진] 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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