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 눈물, KBO 역대 2번째 비극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0.08 06: 17

"매일 밤마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생각이 나요.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하던대로 했으면 됐는데 왜 그랬을까.' 그걸 잊어버리는데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정규시즌에서 끝내기 실책으로 경기를 내줬던 A 선수의 말이다. 그만큼 자기 실수로 팀 패배가 결정되면 선수들은 힘겨워한다. 동료들이 승리를 위해 흘렸던 땀방울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경기에서 끝내기 실책을 했을 때도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나오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아닐까.
올 시즌 전까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끝내기 실책이 나온 건 2번이었다. 1998년 10월 9일, OB와 LG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 7-7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OB 2루수 애드가 캐세레스는 김재현의 땅볼 타구를 뒤로 흘리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더한 비극은 2012년 있었다. 두산은 2012년 롯데와 준 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 4차전 3-3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스캇 프록터가 폭투를 저지른 뒤 포수 양의지가 3루에 송구를 한 것이 뒤로 빠지면서 주자가 홈을 밟아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이 득점은 두산의 준 플레이오프 탈락을 확정지었다. 역대 2번째 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이자 첫 번째 시리즈를 끝내는 실책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2010년에도 있었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 5-5 동점 11회말 2사 만루에서 박석민이 친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 쪽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손시헌은 이를 잡지 못하면서 경기가 끝이 났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정된 끝내기 득점이었지만, 당시 기록원은 이를 손시헌의 실책이 아닌 박석민의 내야안타로 기록했다.
2012년의 비극이 있은지 3년, 이번에는 SK 유격수 김성현이 눈물을 삼켰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시행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시즌 5위 SK는 2경기 중 1경기만 내줘도 시리즈 탈락이 확정된다. SK는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윤석민의 내야 뜬공을 유격수 김성현이 잡지 못하면서 끝내기 득점을 허용했다. 경기는 5-4, 넥센의 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순간이다. 역대 3번째 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이자 2번째 시리즈 탈락 끝내기 실책이다.
결코 쉬운 타구는 아니었다. 무작정 높게 뜬 타구가 아니라 체공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리고 공이 뜬 위치도 유격수와 2루수, 그리고 투수 사이였다. 마침 김성현이 달려나갔을 뿐이었지 2루수나 투수가 잡으려해도 결코 쉽지 않았다.
올해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던 SK지만 여러 약점을 노출하며 5위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됐었다. 그래도 SK는 막판 저력을 보여주며 2년 만에 다시 가을잔치에 초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랬기에 고작 1경기로 2015시즌을 마감하기에는 SK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SK 동료들은 허탈해하기 보다 김성현을 감싸줬다. 먼저 와서 어깨를 다독여주고, 또 위로를 해주는 모습이 줄곧 카메라에 잡혔다. 올해 김성현은 129경기에 출전, 확고부동한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고 타율도 2할9푼7리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너 때문에 우리가 탈락했어'라고 동료를 원망하기보다 '너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서로 감싸주는 모습 덕분에 SK는 어깨를 펴고 올 시즌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김성현도 동료들 덕분에 빨리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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