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반성, “내가 부족, 변화 주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10 06: 58

“감독의 탓이다. 전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지난 7일 목동구장.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였으나 아쉽게 끝내기 패배를 당한 김용희 SK 감독은 한 시즌을 돌아보며 자책을 했다. 김 감독은 “2015년은 상당히 아쉬운 시즌이었다. 좀 더 과정을 잘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면서 세 가지 부분을 들었다. 김 감독은 준비 부족, 부상 선수에 대한 대비 부족, 그리고 운영 부족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선수단은 감독 혼자서 만들어가는 집합이 아니다. 감독은 전체적인 틀과 방향을 제시하는 선장이다. 그 배에는 코치들이 있고, 선수들이 있으며,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관계자들도 모두 함께 한다. 운명 공동체다. 감독의 권한과 책임이 가장 크지만 준비·부상 선수·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고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감독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가혹하다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모든 게 내 탓이오”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뒤 김 감독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 사령탑으로 취임하며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이었다. 여러 의구심 섞인 시선에도 ‘시스템 야구’를 주창했다. 장기적인 팀의 정체성을 만들겠다는 각오였다. “감독은 일시적이지만 팀은 영원하다”라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팀을 만들기 위해 여러 부분을 손 봤다. 실제 트레이닝 파트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불펜의 혹사 대물림을 끊어내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선수들은 환경을 반겼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성적이 나지 않았다.
올 시즌 3강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SK는 5할이 채 되지 않는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겨우 5위까지 뛰어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잡았지만 가을야구는 1경기가 끝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뒤 외부와의 만남을 자제한 채 인천에서 생각의 시간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은 “전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라면서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어도 결과가 나쁘면 부족한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왕조 시절 주축을 이뤘던 선수들 개개인의 성적 하락이 예상보다 가팔랐다. 3할 타자는 이명기 하나, 100타점 타자는 이재원 하나, 토종 10승 투수는 김광현 한 명뿐이었다.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구단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성적이 떨어졌다. 또한 부상 악령은 올해도 SK를 괴롭혔다. 합계 4년 142억 원 듀오였던 최정과 김강민은 FA 자격 취득의 기준이 되는 등록일수도 못 채웠다. 선발진에서도 트래비스 밴와트는 전반기, 윤희상은 후반기에 각각 탈이 났다. 코치들의 건의는, 때로는 실패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핑계를 대지 않았다. 구성원들을 감쌌다. 그리고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운영 계획에 핵심이었던 기동력 야구가 되지 않은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 감독의 생각보다 팀 전반적인 기동력은 더 크게 떨어져 있었다. 결국 성적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포기하고 희생번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준비를 잘 해 그런 야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부상 선수들의 이탈에 대비해 육성과 젊은 선수들에 대한 경험 측면에서도 더 비중을 두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내년의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SK의 미래와도 직결된 부분이다. 김 감독은 “1.5군 선수들에 대한 육성과 젊은 선수들에 대한 중용도 필요하다. 부상 선수, 그리고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받쳐줄 만한 자원이 부족했다”라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시즌을 앞두고 신경을 쓴 부분이지만 미치지 못했다. 준비 부족에 대한 가장 큰 반성이다.
시즌 운영에서도 올 시즌 시행착오를 철저하게 분석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여러 방면의 의견을 폭넓게 들으며 문제점을 복기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런 과정에서 김 감독은 변화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이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며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 선수단 운영에 대한 방향은 분명 옳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 방법론에서 미숙함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발전은 부족을 인정하는 것에 시작된다. SK가 추구하는 시스템 야구는 현장의 운영은 물론 프런트와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김 감독을 적임자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적지 않다. 그 시각이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