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 도로공사, 시작부터 방지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8 06: 01

예상보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출발이 더딘 도로공사가 또 방지턱에 걸렸다. 이번에는 팀의 사령탑인 이호(42) 감독이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이탈했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도로공사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호 감독이 건강상 문제로 감독직 수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함에 따라 오는 18일 열리는 KGC인삼공사와의 경기부터 박종익 감독대행체제로 시즌을 치른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도로공사의 발표에 의하면 이호 감독은 시즌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으며 리그를 치르며 쌓인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상태다.
“이를 문자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라는 의혹의 시선이 배구계를 휘감고 있지만 어쨌든 결정은 결정이다. 이호 감독은 당분간, 혹은 앞으로도 도로공사의 벤치를 지킬 수 없다. 팀으로서는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 시즌 구상을 그린 수장이 갑작스레 이탈한 것은 한 시즌 그림을 망칠 수 있다. 박종익 감독대행은 친화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리더십의 공백이다. 이는 선수단에 어떤 방식으로는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올 시즌 전 감독 교체를 놓고 한 차례 논란이 있었던 도로공사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서남원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이유로 경질됐다. 이 분위기를 수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또 수장이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지금까지 성적이 좋았다면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로공사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초반 성적이 썩 좋지는 않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챔피언이었던 도로공사는 올 시즌 6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8점으로 5위에 처져 있다. 물론 경기수가 적어 치고 나갈 여지는 있다. 그러나 승점보다 좀 더 경기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세트득실률(0.786)과 점수득실률(0.901)에서도 4·5위로 하위권이다. 운이 없어서 이 위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시크라가 어느 정도 활약을 해주고 있는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니콜의 파괴력에 비할 바는 아니다. 토종 공격수들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기록은 ‘아직까지는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은 있다. 이처럼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 리더십의 공백이 생겼으니 도로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가장 좋은 약은 승리다. 이기는 분위기 속에서 팀이 다시 무게를 잡을 수 있다. 다행히 18일은 최하위인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갖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어 승점 3점을 추가할 기회다. 반대로 인삼공사에 패한다면 팀 분위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호 감독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외부 잡음은 어떤 식으로는 경기력에 도움이 안 된다. 도로공사가 생각보다 일찍 고비를 만났다. /skullboy@osen.co.kr
[사진] 한국도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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