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반떼 디젤, 7단 DCT와 찰떡궁합…‘RPM 1500’ 보통의 역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11.25 09: 38

U2 1.6 eVGT 디젤 엔진, 7단 DCT 변속기,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디자인. ‘신형 아반떼 디젤’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대단히 새로울 것도 없고, 깜짝 놀랄 혁신 기술이 적용 된 것도 아니다. ‘신형 아반떼 디젤’만을 위해 개발 된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나와 있던 엔진, 이미 틀을 잡은 디자인 철학, 이미 상용화 된 기능들을 모아 조합했을 뿐이다. 아반떼만의 정체성을 찾자면 ‘사이즈’ 정도랄까? 그런데도 ‘신형 아반떼 디젤’은 전혀 다른 차로 다가온다. 제네시스, 쏘나타와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완성도는 더 나아보이기도 한다. ‘청출어람’인가?
▲ ‘준준형’이기에 얻는 것들

신형 아반떼는 전장 4,570mm, 전폭 1,800mm, 전고 1,440mm의 차체를 갖고 있다. 차체 자체는 전 세대 대비 전장 20mm, 전폭 25mm, 전고는 5mm가 길어지고 커졌다. 준중형차가 작다고 느꼈던 단 몇 cm, 중형차가 크다고 느꼈던 단 몇 cm의 비밀을 찾은 걸까?
차쪽으로 다가가며 직감하던 ‘작다’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다.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에서도 좁아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는데, 복잡한 주차 공간에 들이밀 때는 구획선이 한결 여유가 있다. 유턴 때도 도로 턱의 압박이 없다.
주행에서는 힘의 여유를 얻었다. U2 1.6 eVGT 디젤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136마력(ps), 최대토크 30.6kg·m의 파워는 ‘준준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저중속에서도 높은 토크가 발휘되는 엔진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차들의 틈새를 비집고 추월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가볍게 엑셀을 밟기만 해도 ‘추월은 하지만 과하게 튀어나가지는 않는’ 움직임, ‘저중속 고토크’가 부리는 재주였다. 토크 반응은 늦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이 치고 나가는 가솔린 차량에서 위험을 느꼈다면, 아반떼 디젤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날렵한 움직임에는 물론 아담한 사이즈도 한몫했다.
전면부 인상을 좌우하는 헥사고날 그릴도 아반떼에서는 맞춤옷을 입은 듯 치우침 없는 비율을 자랑한다. 원래의 헥사고날이 ‘강인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해 개발 됐다면 아반떼에 적용 된 헥사고날은 단정하고 세련 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RPM 1500의 기술
현대-기아차의 여러 차종에 적용 돼 신뢰도를 쌓은 엔진이라는 정도 외에 U2 1.6 eVGT 디젤 엔진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엔진이 7단 DCT와 결합 되니 달라 보였다. 거꾸로 7단 DCT가 지닌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준 궁합일 수도 있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며 RPM 게이지를 유심히 보면 7단 DCT가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 지 알 수 있다. 급가속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웬만한 변속은 RPM 1500언저리에서 다 이뤄졌다.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DCT가 사람의 손과 발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감각으로 변속을 해 나갔다. 2000 RPM을 넘지 않고도 수월하게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끌어 올렸다.
높은 연비가 기대 되는 대목이다. 일단 공인 연비는 정부 공동고시 연비 기준 18.4km/ℓ(복합연비, 15/16인치 타이어)다. 실제 운전에서는 16km/ℓ~20km/ℓ 사이의 연비를 보였다. 퍼포먼스를 즐기다 보면 쉽게 16km/ℓ 내외로 연비가 내려가는데, 공인 연비 수준으로 평균치를 유지하려면 꽤나 얌전해져야 한다. 20km/ℓ를 넘기려면 제법 신경 써서 연비 운전을 해야 한다.
킥다운으로 치고 나가는 맛은 짜릿했다. 3, 4단에서 RPM 4500을 침범하며 내달리는 움직임이 날래다. 패들시프트까지 갖췄다면 한밤중에 자유로로 뛰쳐 나갈 뻔했다.
▲보통의 역설
“우리가 보통 이 정도야”라고 하는 우리말에는 역설이 숨어 있다. 이 정도가 ‘보통’이니 더 잘하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는 속뜻이 숨어 있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면서 ‘슈퍼 노멀(Super Normal)’을 슬로건으로 썼다. 향후에 나올 제품들은 아반떼가 기준점이 된다는 뜻도 깔려 있다. ‘보통’을 글자 그대로 ‘보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역설이다.
‘아반떼 디젤’에서 받은 인상은 어쩌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사이즈의 미덕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보통’으로 묘사 된 ‘특별함’이 퇴색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디젤 1.6 모델의 가격은 ‘스타일’ 1,782만 원, ‘스마트’ 1,981만 원, ‘스마트 스페셜’ 2,128만 원, ‘프리미엄, 2,371만 원이다.(자동변속기, 7단 DCT 기준)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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