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B에 눈 돌리는 외인들…다년계약이 정답일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1.26 10: 20

수년 동안 반복된 일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많은 일본 구단들이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 영입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외국인선수들에게 KBO리그는 일본프로야구로 향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일 라쿠텐이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KBO리그서 활약했던 레다메스 리즈를 영입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후 지난 24일에는 세이부가 4년 동안 넥센의 1선발 에이스로 자리한 밴헤켄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난해 겨울 삼성의 1선발 에이스 밴덴헐크가 삼성이 아닌 소프트뱅크를 선택한 것처럼, KBO리그 각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선수가 당연한 듯, 일본을 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일본 구단 이적은 정당하다. 프로인 만큼,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구단과 계약을 맺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밴덴헐크는 2년 400만 달러 보장의 계약 조건으로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다. 리즈 역시 라쿠텐에서 1년 2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헤켄도 1년 150만 달러 계약을 체결, 2015시즌 넥센에서 받은 연봉에 두 배 가까운 규모의 계약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외국인선수라고 해도, 타리그 이적을 반가워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밴덴헐크와 밴헤켄 모두 모범적인 모습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인기가 대단했다. 야구팬이라면, 이들의 투구를 오랫동안 보고 싶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의 반복된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KBO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막기 위해서 KBO리그도 규정을 수정, 금지되어있는 외국인선수 단년계약 조항을 다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BO리그도 활약이 보장된 선수와 장기계약을 맺는다면, 겨울마다 일본 구단의 관심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시하는 만큼, KBO리그 구단들도 다년계약 카드를 꺼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KBO리그 역시 최근 5년 동안 꽤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다년계약을 맺었다. 최근 5년만 돌아봐도 더스틴 니퍼트(두산), 조조 레이예스(SK), 찰리 쉬렉(NC), 에릭 테임즈(NC), 앤디 벤헤켄(넥센), 조쉬 린드블럼(롯데), 루이스 히메네스(LG) 등이 애초에 2년 계약, 혹은 1+1 옵션이 붙은 계약을 체결한 채 KBO리그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찰리의 경우, 찰리가 소속된 거대 에이전트사 CAA가 2014시즌을 앞두고 찰리와 NC 구단의 2년 계약을 축하하는 공식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외국인선수로선 세 번째로 MVP에 오른 테임즈 역시, 지난해 이맘때부터 NC와 2016시즌까지 2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히메네스 또한 구단 관계자를 통해 1+1 계약을 맺었음이 확인된다. 
KBO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지난 23일 “KBO 규정상 외국인선수의 다년계약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꽤 오래 전부터 많은 구단이 이를 어기는 것을 안다”며 “사실 몇 년 전에 이 부분을 수정하려고도 했었다.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도 30만 달러가 전혀 지키지 않았고, 2013년 겨울 이 제도를 폐지한 만큼, 계약기간도 다년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몇몇 구단들이 이러한 주장에 반발했다. 다년계약을 공개적으로 허용해버리면, 모든 외국인선수가 다년계약을 요구할 테고, 이 경우 구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외국인선수 계약은 구단들의 요청에 따라, 각 구단의 역량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선수를 6명 보유할 수 있는 일본과 달리, KBO리그의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3명인 것도 다년계약을 힘들게 한다. 예를 들어 2, 3년 동안 거액의 보장 계약을 맺은 외국인선수가 부상으로 빠져버리거나, 수술을 받게 되면, 이는 그 팀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교체를 결심하고 다른 외국인선수를 데려오자니 엄청난 계약금액이 눈에 밟히고, 가만히 있자니 팀 전력 누수가 극심하다.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늘리지 않는 이상, 다년계약은 각 구단에 커다란 리스크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늘리기도 힘들다. 선수협회의 반대도 있겠으나, 증가한 외국인선수로 인해 구단이 느끼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연봉 100만 달러짜리 외국인선수가 흔해진 지금 상황에서, 보유한도를 늘리는 것은 선수단 연봉의 수직상승을 의미한다. 
KBO리그는 팀당 1년에 최소 100억원 이상을 손해를 보고 있는 ‘적자리그’다. 그룹의 지원으로 적자경영에 어울리지 않는 막대한 돈을 쓰고 있지만, 이러한 운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구 흥행이 내리막을 타거나,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가장 먼저 칼을 대는 부분이 선수단 연봉이다. 반복되는 외국인선수 유출을 막고, 실속과 흥행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KBO와 각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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