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LG맨’ 이동현·박용택, 팬심이 마음 붙잡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1.29 06: 40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LG 트윈스 불펜진의 기둥 이동현(32)이 팀에 잔류했다. 이동현은 지난 28일 잠실구장 LG 스포츠단 사무실에서 3년 30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 잠실구장의 수호신으로 남게 됐다. 
이동현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만큼, 4년 계약을 원했고, 시장에 나간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기정사실이었다. 함께 FA가 된 불펜투수, 정우람 손승락 윤길현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4년 계약은 물론, 두둑한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이미 롯데가 FA 시장 공략을 선언한 상황이었고, 한화 kt NC KIA도 외부 FA 영입에 불을 켰다. 이 팀들이 경쟁 관계를 형성하면, 이동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하지만 이동현은 애초에 잠실구장을 떠나는 것은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4년 계약이 아닌 3년 계약을 한 것에 아쉬움이 없냐고 묻자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버텼으면 더 나은 계약을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입으로 평생 LG에서 뛰고 남은 인대를 바치겠다고 했었다. 이를 꼭 지키고 싶었다. 게다가 최근 (이)진영이형 관련해서 팬들의 상심도 컸었다. 내가 남아서 팬분들의 아쉬움을 달래드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팀에서만 뛰는 것 역시 엄청난 축복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FA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팀 코치님들과 트레이너분들에게 받은 도움도 생각났다. 내가 건강하게 FA가 될 수 있게 정말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이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팀에 남아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LG를 향한 충성심을 전달했다. 
약 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4년 11월 26일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이 타구단의 유혹을 뿌리치고 LG와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었다. 당시 박용택 또한 LG에 남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팬들의 성원을 꼽았었다. 지방 A구단으로부터 LG와 맺은 계약 이상의 금액을 제시받았으나, 박용택은 흔들리지 않고 ‘평생 LG맨’으로 남았다. 
계약 후 박용택은 “만일 팀을 떠난다면 돈은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나는 100여 가지를 잃게 된다. 그 중 팬은 절대 잃을 수 없는 부분이다”며 “이 계약은 팬 분들이 만들어주신 계약이다. 팬들 덕에 LG에 남을 수 있게 됐다”고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LG는 2003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10년 동안 암흑기에 갇혔었다. 박용택과 이동현은 긴 암흑기와 정면으로 마주했던 몇 안 되는 LG 선수들이다. 2001년 프로에 입단한 이동현은 신예 시절 지독한 혹사를 당했다. 상상하기 힘든 경기수와 이닝수를 기록했고, 2005년부터 4년 동안 세 번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재활이란 컴컴한 터널을 지나왔다. 2002년 프로에 입단한 박용택은 2008시즌까지만 해도 과대평가란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현은 2010시즌부터 부활을 알렸고, 박용택 또한 2009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그리고 LG는 2013시즌 둘의 맹활약을 통해 10년 암흑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10월 5일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은 순간,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선수도 이들이었다. 
이제 LG는 두 프랜차이즈 스타를 앞세워 2016시즌 진격을 꾀한다. 2015시즌 큰 기대 속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으나, 모든 선수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비시즌에도 쉬지 않고 몸을 만들고 있다. 박용택은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가 못나가니까 더 아쉽다. 역시 야구는 오랫동안 해야 한다”며 “올해는 우리 팀 전체적으로 좀 추스르는 해가 아니었나 싶다. 부상과 같은 불운도 너무 많았다. 내년에 팬들에게 긴 야구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동현도 “계약 기간 3년 동안 우승을 이뤄서 주위 모든 분들에게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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