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잡지 않은 삼성, 그 묵직한 메시지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12.01 16: 22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12년간 삼성에서 뛰었던 박석민이 NC의 품에 안겼다. "삼성 감독이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자신있게 말할 만큼 소속 구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박석민의 타 구단 이적은 삼성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윤성환, 안지만, 조동찬 등 내부 FA를 잡는데만 173억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윤성환은 다승 3위, 안지만은 홀드 1위에 오르는 등 삼성의 정규 시즌 1위 등극에 큰 공을 세웠으나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으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다. 원정 도박과 관련해 조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아니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후 징계가 이어질 전망. 조동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왼쪽 무릎 수술을 받느라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에 구단은 '삼성이 FA 거품을 제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움직였다. 이는 이승엽과 박석민의 FA 계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박석민은 원 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마감일인 28일 구단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구단 측은 이날 오후 7시 보도 자료를 통해 "박석민은 본인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FA 시장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도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석민은 리그 최고의 3루수이자 좌타자가 즐비한 삼성 타선에 희소성이 높은 우타 거포. 올해 나이는 만 30세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다. 구단 제시액과 박석민의 요구 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구단 측은 박석민에게 시장 평가보다 꽤나 적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민이 NC로 이적함에 따라 삼성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 삼성 역시 박석민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잘 알고 있으나 예년과는 달리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게 논의되는 가운데 투자 여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윤성환, 안지만과 자정 무렵까지 가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거액을 투자한 것과 달리 박석민과의 우선 협상 결렬을 일찌감치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게 될 최형우와 차우찬의 잔류 가능성도 높지 않을 듯. 
박석민의 이적 공백을 메울 후보는 조동찬, 백상원, 김태완, 구자욱 등 4명. 야마이코 나바로가 삼성과 재계약을 체결할 경우 3루로 수비 위치를 옮길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박석민의 FA 보상 선수를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로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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