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롯데리아, 나고야에서 야구를 배우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2.14 07: 13

일본 중부 아이치현 나고야시는 여전히 주니치 드래건스의 소방수로 활약했던 선동렬을 기억하는 팬이 많은 곳이다.
동네마다 야구장이 하나씩 있다는 야구 사랑의 고장 나고야의 겨울을 데우기 위해 한국 학생들이 떴다. 2015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야구대회에서 각 부문 우승을 차지한 학생들 40명이 7년째 롯데리아의 후원을 받아 나고야 지역 학생들과의 교류전을 치르기 위해 12일부터 2박3일 여정으로 나고야를 방문했다.
2015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야구대회는 정식야구부가 아닌, 방과 후 스포츠클럽으로 야구를 택한 학생들이 연식야구공을 사용해 치르는 경기로, 올해 초중고 110개 팀 약 2200여 명의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했다. 초등부는 언주초, 중등 남자부는 중앙대부속중학교, 고등부는 동북고가 우승했다. 올해는 중학교 여자부가 신설돼 경인중학교가 초대 우승팀을 차지했다.

지난해 일본 팀들과 세 경기를 치러 단 1점도 내지 못하고 3패를 기록한 한국 학생들은 13일 일본의 학생팀들과 4경기를 치러 역시 4패를 당했다. 언주초는 죠초스포츠소년단 초등부에 2-18로 졌다. 경인중은 3-10으로 가스카이시 연합초등부에 패했다. 동북고는 시갓칸대학 연식야구부에 1-11로 졌고 중대부중은 사카시타중학교에 0-7로 패했다. 결과로 보면 완패였다.
그러나 언주초가 1회 안성수가 그라운드홈런을 쳐 처음으로 선취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경인중, 동북고는 점수를 내면서 지난해에 비해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동북고는 롯데리아가 해외연수 후원에 나선 2013년부터 고등부 3연패를 달성하며 모든 해외 경험 기회를 거머쥐었다.
세종대 야구부 테스트를 앞둔 동북고 3학년 김진태는 씩씩하게 공을 던지며 일본 현지 야구 연맹 관계자들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중대부중 마무리로 나선 최성준은 한국 투수 중 가장 제구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관계자들은 자국의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 체격이 큰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높게 봤다.
무엇보다 결과를 떠나 야구를 '주업'이 아닌 방과 후 취미로 삼고 있는 학생들이 해외 경험까지 할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다. 김영미 언주초 교감은 "공교육을 통한 인성 함양과 학생들의 문화 교류는 좋은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주초 특별 감독으로 함께 한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일본 학생들의 몸에 밴 예의를 보면 한국 학생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포수를 맡아 경기 내내 바삐 움직였던 언주초 6학년 김재영은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한 조성환 감독님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져서 화가 많이 났지만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오면 화나지 않고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경택 역시 "감독님께 협동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그라운드 홈런의 주인공 안성수는 "제가 쳤을 때만 해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상대가 너무 잘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유격수로 나선 이유준은 "여기는 여건도 좋고 학생들의 실력도 좋다.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베이스를 놓고 연습을 하는데 여긴 운동장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나고야시 옆 가스카이시 야구장은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동네 야구장'이지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지 못지 않은 잔디 그라운드, 전광판, 더그아웃, 관중석 등을 갖추고 있었다.
선수단을 인솔한 김석균 서울시 장학사는 "여기에 온 학생들은 대부분 곧 졸업을 하겠지만 학생들을 인솔해 현장에서 경험을 한 선생님들이 한국에 돌아가면 나고야에서 느낀 점을 통해 학생들을 잘 지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번 나고야 연수의 의의를 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선택해 꾸준히 훈련해온 일본 학생들과 짧으면 1년, 길어야 2~3년 야구를 취미로 해온 한국 학생들의 실력이 같을 수는 없다. 대회를 개최한 서울시와 후원기업인 롯데리아가 바라는 것 역시 눈에 띄는 승리나 기술 향상은 아니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키우고 해외 교류에 대한 생각 등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나고야 경험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autumnbb@osen.co.kr
[사진] 롯데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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