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벌써 10주년’ 코비의 역사적인 한 경기 81득점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1.23 08: 00

코비 브라이언트(38, LA 레이커스)가 경이적인 한 경기 81득점 달성한지 정확하게 10년이 지났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06년 1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토론토 랩터스와의 홈경기서 무려 한 경기 81득점을 달성했다. 윌트 채임벌린의 100득점에 이어 NBA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2위에 해당되는 무시무시한 대기록이었다. 브라이언트의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레이커스가 122-104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장에 있던 1만 8997명의 관중들은 모두 역사의 산증인이 됐다. 전세계의 농구팬들도 지금까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81점은 레이커스의 종전 구단 기록인 엘진 베일러의 71점을 뛰어넘는 신기록이었다. 또한 1979년 NBA에 3점슛 제도가 도입된 이후 NBA 한 경기 최다득점이다.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의 생애최다 69점 , 데이비드 로빈슨이 94년에 작성한 71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그야말로 득점에 관한 전설이 됐다. 

▲ 보고 또 봐도 믿기지 않는 81점
브라이언트는 2005년 12월 21일 댈러스 매버릭스전에서 3쿼터까지만 뛰고 종전 자신의 생애최다 62점을 퍼부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필 잭슨 감독은 브라이언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당시만 해도 브라이언트 원맨팀이었던 레이커스에서 그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브라이언트는 “오늘 절 막을 수 있는 것은 감독님 뿐이군요”라고 농담을 하면서 기록에 개의치 않았다. 경기 후 브라이언트는 “4쿼터까지 뛰었다면 80점까지는 가능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가 62점을 넣는 것을 보고도 다들 웃어넘겼다. 현대농구에서 80득점은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불과 한 달 뒤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말을 현실로 옮겼다. 당시 레이커스의 베스트5는 브라이언트, 크리스 밈, 라마 오돔, 콰미 브라운, 스무시 파커였다. 아직까지 뛰는 선수는 사샤 부야시치와 브라이언트만 남았다. 후보였던 루크 월튼은 골든스테이트의 감독대행을 맡고 있다. 토론토에서는 크리스 보쉬와 호세 칼데론이 뛰고 있었다.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가면서 계속 공이 브라이언트에게 갔다. 토론토가 이중 삼중으로 그를 에워쌌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날 브라이언트는 무려 46개의 야투를 시도해 28개를 적중시켰다. 3점슛은 13개 중 7개를 넣었다. 20개의 자유투를 얻었는데 실패는 단 두 개 뿐이었다. 득점에 집착해 슛만 던진 것도 아니었다. 그는 42분을 뛰면서 6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을 하면서 턴오버는 3개만 범했다. 원맨팀인 레이커스를 이기도록 하기 위해 혼자 슈퍼맨으로 변신한 결과물이 81득점이었다.  
경기 후 브라이언트는 8번 유니폼을 내보이며 환호했다. 마침 브라이언트와 새로운 계약을 맺고 첫 시그내쳐 농구화 ‘코비 시리즈’를 선보였던 나이키는 이 장면을 광고로 활용했다. ‘몇 점 까지 넣나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그를 막던 토론토 선수들도 나중에는 존경의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농구역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이었다.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V9CMVdY3dM
브라이언트는 “홈팬들 앞에서 하나의 멋진 쇼를 펼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득점을 하리라 결심하고 코트에 나섰다. 내가 오늘 한 득점은 팀에 꼭 필요했던 득점이었다. 하지만 그 득점도 결국 승리를 위한 수단이다. 승리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팀 승리에 더욱 의미를 두었다. 
필 잭슨 감독도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말 특별한 광경이었다. 정말 다른 세계의 수준이었다. 정말 인상적인 경기였다. 생전에 그런 경기를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기록의 희생양이 된 샘 미첼 토론토 감독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그는 “코비에게 가장 놀라운 점은 끝날 때까지 냉혹하게 우리를 몰아붙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맨투맨 , 박스원 , 지역 방어 등을 써봤고, 작은 선수들을 총동원해 코비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 막았다. 심지어 나는 코비가 62점을 넣는 경기도 봤었다. 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며 황당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세계 농구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웹사이트에 ‘코비 81득점’ 뉴스가 뜨자 다들 인터넷 오류나 만우절 장난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정식 기록지를 확인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도 잘 믿음이 가지 않았다. 
기자도 추억이 있다. 브라이언트가 81점을 넣은 경기는 국내에 생방송이 없었다. 리그패스도 없던 시절이라 경기를 생방송으로 볼 방법이 없었다. 같은 날 추억의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피닉스 선즈를 2차 연장 끝에 152-149로 제압한 경기는 국내에 방송이 됐다. 레이 앨런이 2차 연장전에서 장거리 버저비터 3점슛을 넣으며 42점을 폭발시킨 명경기였다. 기자는 당시 이 경기를 보고 기사를 썼다. 
그런데 브라이언트가 81점을 넣으면서 앨런의 경기는 완전히 묻혔다. 기자도 부랴부랴 브라이언트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포털사이트 기사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 10년이 지나 전설이 된 ‘코비’
정확하게 10년이 지난 지금 브라이언트는 전설이 됐다. 등번호를 24번으로 바꿔 달고 10년을 더 뛴 브라이언트는 5번의 NBA 우승, 통산 3만 3069점으로 NBA 3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대기록을 남겼다. 특히 샤킬 오닐과 떨어진 뒤 레이커스에게 두 번의 우승을 더 안기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점이 인상적이다. 브라이언트는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파이널 MVP를 수상해 오닐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통산 18회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는 오는 2월 자신이 81득점을 올렸던 상대팀인 토론토에서 17년 연속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NBA는 브라이언트의 은퇴를 기념해 특별한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모로 의미가 뜻 깊다. 케빈 가넷과 함께 NBA에 고졸선수 돌풍을 일으켰던 십대소년이 이제 마흔 살을 바라보는 노장이 됐다. 
81득점 10주년을 맞은 브라이언트도 감회가 새롭다. 그는 81득점 비결을 묻자 “전날에 페페로니 피자에 포도맛 소다를 먹고 잤다. 경기 전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무릎도 매우 부은 상태였다. 그 상태로 나가서 뛰었다”며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브라이언트는 “어떻게 81점을 넣을 수 있었는지 몇 번을 머릿속에서 다시 생각해봤다. 결론은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날은 그냥 신기한 밤이었다. 많은 득점을 넣었지만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회상에 잠겼다. 
81점 경기에 대해 공격농구 신봉자 조지 칼 감독은 “난 코비가 모든 슛을 쏘도록 작전을 짜곤 했다. 코비를 막는 것보다 다른 선수들을 막는 것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혼자서 많은 슛을 쏘는 것은 결코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코비처럼 혼자 40득점을 넘기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전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브라이언트는 감독들의 상식을 파괴하는 그런 선수였다.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농구는 한 명의 비중이 높은 팀스포츠다. 하지만 한 명만 잘한다고 이길 수는 없다. 브라이언트 역시 혼자 잘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81점을 넣은 것은 아니었다. 팀이 이기기 위해 헌신하다보니 나온 점수가 81점이었다. 
올 시즌 초반 브라이언트는 ‘난사를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슈팅기회를 독점한다는 것. 브라이언트의 야투율은 30%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3점슛은 20%대였다.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덩크왕’까지 차지했던 그가 덩크슛 후 어깨가 결릴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결국 브라이언트는 은퇴를 결심하면서 모든 것을 놨다. 우승, 플레이오프, 득점왕 등 많은 것을 포기했다. 놀랍게도 이후 브라이언트의 기록은 대체로 좋아졌다. 기복이 매우 심하지만 종종 전성기 때 움직임을 보여주는 경기도 있다. 12월 24일 덴버전에서는 4쿼터까지 활약하며 31점을 기록했다. 반면 레이커스가 연장전에 돌입해도 브라이언트가 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레이커스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과정이다. 
브라이언트는 “어떻게 10년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정말 미친 10년이었다. 내 팔로 안고 키웠던 딸이 이제는 13세 소녀가 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코비 브라이언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그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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