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철인’ 최두영 캐스터 “또 풀타임? 피하지 않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1.27 07: 20

2015년 전 경기 중계, "또 와도 피하지 않아"
2016년 목표는 방송사 5개 중 3위
 SPOTV 최두영 캐스터(34)는 2015년 KBO리그 정규시즌 동안 월요일을 제외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구중계에 나서며 야구팬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TV를) 틀었다 하면 나오는 그에게 팬들은 ‘철인’ 혹은 ‘셀프 혹사왕’이라는 타이틀도 선물했다.

힘들지 않았냐는 당연한 질문에 그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회사와 나 모두 1군 첫 시즌이라 사명감이 있었다. 부족함을 메우려 노력하는 시즌이었다. 예기치 않게 전 경기를 하게 됐는데, 재밌게 보냈다. 시즌 후반에는 힘에 부치는 게 있었지만 끝내고 나니 자부심도 생기고 주변에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게 좋았다”라고 답했다. 한 시즌만큼이나 긴 답변을 할 만큼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최 캐스터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중계부스에 들어갔다. “시선이 두 가지다. 부럽게 봐주시는 분도 있고, 반대로 측은하게 봐주시는 분도 있다”는 그는 “중계를 얼마나 했는지 세보기도 했는데, 경기 때 기록지를 세 권이나 썼다”고 말하며 웃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최 캐스터는 해설위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KBO리그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을 풀타임 소화했고, 이따금씩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기록지를 200장 넘게 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200경기 이상 중계했다는 뜻이다.
주 6일 근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7일인 때도 많았다. “월요일 아침에 메이저리그도 했으니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2015년 초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프로야구를 한다고 후배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자청했다. 오전에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고 낮에 수원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고 인천 경기를 갔던 날도 있었다”는 것이 최 캐스터의 설명이다.
쉴 새 없이 바빴지만 좋은 기억이 있어 또 겪는 것도 싫지만은 않다. 2015년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묻자 최 캐스터는 “주어진다면 피하고 싶지는 않다. 자청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맡긴다면 싫다고 하진 않을 거다. 올해도 전 경기 중계를 하라고 하면 ‘알겠습니다’라고 할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젊은 편이라 내가 아나운서 최고참이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무한책임이다.
돌아보면 어떻게 해왔을까 싶을 정도의 강행군이지만, 그가 꺼낸 감정은 뿌듯함이 아닌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최 캐스터는 “오히려 미안한 면이 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프로야구는 방송사에 중요한 컨텐츠인데, 중요한 것을 혼자만 한다는 점에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책임감은 회사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종목을 맡는 것을 좋아한다.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이 많다”는 최 캐스터는 “방송사가 비인기 종목에 신경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스포츠계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포츠캐스터로 꿈이 있다면 어떤 종목이든 나로 인해 그 종목의 팬이 하나라도 늘어나는 것이다”라는 말로 재차 ‘책임감’을 강조했다.
야구시즌을 마치고 잠시 여행도 다녀오며 재충전 시간도 가졌던 최 캐스터는 다른 종목 중계에 임하면서 새로운 시즌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 KBO리그 중계를 하게 될지 확실히는 모르겠다”는 그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최악은 준비를 하고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채로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를 위해 자료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많은 경기를 함께했던 민훈기 해설위원이 방송 전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는 그는 혼자서 가이드북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캐스터연합회에서 주는 ‘2015 올해의 캐스터’ 상을 받은 것이 부끄럽지 않게 새해 시작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노력을 쌓고 있다.
열심히 하는 만큼 목표는 소박한 것 같으면서도 원대하다. 최 캐스터는 “지난해에는 5개 방송사 중 4등이 목표였는데, 이번 시즌에도 야구 중계를 하게 된다면 3등을 하는 것이 목표다. 경기가 끝나면 누가 중계를 했는지 모를 만큼 경기에 녹아드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nick@osen.co.kr
[사진] 최두영 캐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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