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의 포항, 첫 술에 배부르랴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2.10 05: 59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봤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9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베트남 하노이 T&T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서 심동운의 3골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포항은 16강행 티켓을 놓고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시드니 FC(호주), 우라와 레즈(일본)와 함께 H조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 3가지 장애물
하노이전은 결과보다 내용에 더 시선이 쏠린 한 판이었다. 지난해 ACL 플레이오프서 서울에 0-7 대패를 당한 하노이가 포항을 꺾고 본선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최진철 신임 감독이 포항에 어떤 색깔을 입혔을 지가 관건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녹록지 않았다. 포항은 여느 때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시즌을 시작했다.
더욱이 올 시즌을 앞두고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옌볜 FC)를 비롯해 고무열(전북), 박성호(울산) 등 공격 자원과 멀티 플레이어 신진호(서울), 중원 사령관 김태수(인천)가 팀을 떠나며 변화가 불가피했다.
최 감독은 앞서 기존 포항의 세밀한 패스 축구에 스피드를 입히겠다고 수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데뷔전을 앞두고 세 가지 장애물과 맞서야 했다. 선수단의 변화, 시간 부족, 추운 날씨(그라운드)였다.
▲ 가능성 그리고 아쉬움
최 감독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의 양동현을 필두로 좌우 측면의 심동운과 라자르, 2선 중앙 공격수로 문창진이 출격했다. 중원은 손준호와 경미한 부상을 안은 황지수를 대신해 박준희가 지켰다. 포백라인은 왼쪽부터 김대호, 김광석, 배슬기, 박선용이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신화용이 꼈다.
'이적생' 양동현과 최전방에서 우측 날개로 자리를 옮긴 라자르, 손준호의 짝으로 낙점된 박준희의 활약이 중요했다. 하지만 셋은 수장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약속이라도 한듯 나란히 부진했다. 양동현은 아직 동료들과 손발이 맞지 않은 듯했다. 라자르는 측면 날개가 어색한 옷 같았다. 박준희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신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 문창진과 '중원 사령관' 손준호, '조커' 강상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의 '히어로'는 프로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심동운이었다. 몇 차례 번뜩임이 있었다. 심동운의 결정력, 문창진과 손준호의 연결, 강상우의 스피드는 박수를 받을만 했다. 그러나 수비의 안정감과 중원의 경험 부족, 스트라이커의 무게감 부족은 떨칠 수 없었다.
최 감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측면이나 중앙의 조합 플레이서 몇 개의 좋은 장면이 나왔다"면서도 "스피드한 경기 운영은 미흡했다. 측면과 중앙에서 좀 더 빠른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력 보강
후반 시작과 동시에 라자르 대신 우측면을 도맡은 강상우와 최전방 공격수 최호주가 교체 출격했다. 인천에서 공수해 온 미드필더 조수철도 데뷔전을 치렀다. 벤치엔 이광혁, 김원일, 이재원, 김진영 등이 대기했다. 황지수는 경미한 부상으로 결장했다.
포항은 이들을 위주로 올 시즌을 꾸릴 전망이다. 지난해 말 부임 이후 줄곧 수준급 외인 공격수를 찾았던 최 감독은 "좋은 선수가 있으면 데려와야 한다"면서도 "선수 구성은 거의 끝난 상황이다. 아직은 기간이 남아 있지만 딱히 좋은 선수가 안 보인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을 찾아간 상황"이라며 추가 영입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최 감독과 포항은 올 시즌 폭풍 영입으로 화제를 모은 전북 현대, FC 서울 등과 안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밖으로는 아시아 최강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비롯해 시드니, 우라와 등 만만치 않은 상대가 기다린다.
포항의 다음 경기는 오는 24일 광저우와의 ACL 조별리그 1차전 원정 경기다. 최 감독은 "원정이지만 수비적으로만 나갈 수 없다. 스리백과 포백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구성에 많은 고민이 된다. 승점을 확보할 경기 운영을 하겠다"고 대비책을 밝혔다./dolyng@osen.co.kr
[사진] 포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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