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아날로그와 감성 그리고 스토리 담은 '만지는 시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3.28 08: 02

일명 '만지는 시계'로 유명세를 탄 '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비시각장애인에게는 패션 시계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직접 착용해봤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라지만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수상한 시계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브래들리 타임피스 본래 기능인 만지는 시계 이외의 부분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 원초적 아날로그 시계

첫 인상은 일단 올록볼록했다. 박스 케이스에 새겨진 점자가 그랬고 시계 페이스의 시각을 나타내기 위해 튀어나온 눈금이 그랬다. 가운데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파진 홈과 시계 옆 홈 속에 있는 쇠구슬도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가벼웠다. 메탈 소재처럼 보여 무거울 줄 알았다. 그렇지만 마치 알루미늄처럼 가뿐하게 들렸다. 시계 옆 힌지의 움직임은 별다른 위화감 없이 손목에 착 둘러져 금방 적응될 수 있게 만들었다.
시각을 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쇠구슬 위치를 읽으면 된다. 정면에 있는 쇠구슬은 '분', 옆 쇠구슬은 '시'를 가리킨다. 시계 내부 자석에 붙어 움직이는 원리인 만큼 시각을 보는 데 있어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시각을 맞추려면 용두를 옆으로 살짝 당긴 후 맞추면 된다. 아날로그에 충실하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처럼 손의 감촉만으로 시각을 읽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손가락 감각이 무뎌서인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비시각장애인이 곧바로 촉감을 통해 시각을 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12시를 제외한 3, 6, 9시 눈금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시계가 티타늄 소재라는 점에서 가벼웠고 내구성, 긁힘에 강하다는 인상을 줬다.
▲ 공감대 나누는 감성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차고 다니면서 생긴 변화는 크게 두가지. 우선 틈이 날 때마다 눈을 감고 손으로 시계 페이스를 만지게 됐다. 손가락의 감촉만으로 시계를 읽으려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쇠구슬이 계속 움직였고 시를 나타내는 눈금도 좀처럼 읽기 어려웠다. 
차차 조금씩 눈금이 느껴졌다. 하지만 눈으로 보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눈으로 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 시각장애인들의 처지를 좀더 자주 떠올릴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상대의 관심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혹시 시계인가요?"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시계의 이름부터, 왜 만들어졌는지, 얼마인지 등등 다양한 질문 쏟아졌고 한 번 차보기도 했다. 
만져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도구로도 훌륭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 그리고 '볼 수 있는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할 줄 아는 감성 유발 도구이기도 했다. 
▲ 스토리 담은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지녔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을 제거하다 시력을 잃은 군인 브래들리 스나이더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스나이더는 전역 후 1년만에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 수영 금메달을 따내며 영웅이 됐다. 
또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드는 회사 이름은 이원(EONE)이다. 모두(Everyone)을 줄인 뜻이다.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비시각장애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타임피스(Timepiece)란 이름도 '보다'는 의미의 워치(Watch)가 아니라 감성을 강조한 것이다.  
개인적인 의미를 또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통해 시각장애인, 나아가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을 좀더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서로의 '다름'을 건강하게 인정하면서 다 함께 모두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다소 이상적인 의미도 포함시키고 싶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다소 비싼 편이다. 대부분 30만원대다. 브랜드 자체가 들려주고 있는 스토리값, 이 시계를 차고 있으면 또 다른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대감값도 포함된 것인지 모르겠다. /letmeout@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