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다시 만난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4.12 06: 41

 영화 '뷰티 인사이드'(백감독 감독)는 지난해 개봉한, 몇 안 되는 흥행 멜로 영화였다.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성적은 근래 맥을 못 추던 멜로 영화의 명맥을 다시 살려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뷰티 인사이드'의 성공은 매일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몸으로 바뀌는 남자의 이야기, 라는 특별한 소재 덕이 컸다. 이 신선한 소재를 위해서는 여러 배우들이 매일 얼굴이 달라지는 남자주인공 우진 역을 연기해야 했는데 배우 이진욱부터 박서준, 박신혜까지 다(多)인 1역을 맡은 화려한 배우 라인업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 했다. 세 사람은 영화에서 각기 의미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한효주가 여주인공으로 정면에서 극을 이끌었다면, 유연석은 엔딩 장면에서 남자주인공 우진 역을 맡아 깊은 여운을 줬다. 또 천우희는 여자의 모습이 된 우진으로 한효주 주변을 맴돌며 묘한 설렘과 애틋함을 남기기도 했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세 명이 두 주인공의 멜로 연기를 해야 했다면, '해어화'(박흥식 감독)에서는 각기 다른 세 캐릭터의 본격적인 삼각관계를 그린다. 그리고 얼핏 평범해 보이는, 더 나아가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한 이 삼각관계 설정이 '해어화'의 매력이다. '해어화'는 진부할 수도 있는 삼각관계를 한 여자의 시점으로 충동적이고 왜곡되게 그린다는 점이 매우 흠미롭다. 또 셋의 관계가 단순한 멜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더불어 충무로 청춘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축에 속하는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의 안정적인 연기력은 '해어화'의 큰 무기 중 하나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이었던 한효주는 1940년대, 예인을 꿈꾸던 순수했던 소녀가 팜므파탈로 변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착하고 다정한 우진 그 자체였던 유연석은 꿈꾸던 뮤즈의 등장에 흔들리는 예술가의 모습을, 여자 모습을 한 남자였던 천우희는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조선의 마음'이 되길 원하는 재능 넘치는 가수의 모습을 올곧게 그려낸다. 
 
2015년 '뷰티 인사이드'를 이끌었던 세 배우는 운명처럼 2016년, 또 다른 멜로 '해어화'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현대극이 아닌 1940년대를 그리는 시대극이다. 둘은 여러 모로 다른 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결국 멜로 영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 색다른 소재로 정면승부를 건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해어화'도 '뷰티 인사이드'처럼 관객들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할까? 일단,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력, 매력 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영화의 흥행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해어화' 포스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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