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의 덫’ 이대호 방망이 급속 냉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21 05: 58

상대 선발 우완시 철저한 배제
린드보다 성적 더 좋아도 불리한 경쟁
“기계적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이다. 그 가운데 이대호(34, 시애틀)는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흐름이 좋았던 방망이가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어쩔 수 없다.

시애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17일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 출장한 뒤 3경기 연속 선발 명단 제외다. 이대호는 지난 2경기에서는 교체로도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켰다.
상대 선발 때문이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올 시즌 1루 선발 자리를 놓고 전반적으로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을 가져가고 있다. 상대가 우완일 경우는 좌타자 아담 린드가, 상대가 좌완일 경우 우타자 이대호가 선발로 나서는 식이다. 17일 양키스전 선발은 좌완 C.C 사바시아였다.
반대로 18일 뉴욕 양키스전의 선발 투수는 우완 다나카 마사히로였고 20일부터 시작된 클리블랜드와의 3연전은 모두 우완 선발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지 언론에서는 양키스 원정 당시부터 “이대호의 출전 기회가 당분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보내기도 했다. 서비스 감독은 “25인 선수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이대호의 깜짝 선발 출전은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 이변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살아나는 듯 했던 타격감이 벤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13일 텍사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4일 텍사스전에서는 대타 끝내기 홈런, 17일 양키스전에서도 안타를 치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다. 출전 흐름이 자주 끊기는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율도 2할5푼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서비스 감독은 주전 1루수인 린드의 부진에도 플래툰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린드는 20일까지 올 시즌 11경기에서 타율 1할8푼2리, 장타율 0.242에 그치고 있다. 이대호의 장타율(0.625)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MLB 통산 166홈런을 친 린드지만 올 시즌 홈런은 하나도 없고 타점도 하나 뿐이다. 이대호(16타수)는 린드(33타수)의 절반 남짓한 기회에서도 2개의 홈런을 쳤다.
사바시아에게 강한 린드를 쓰지 않고 이대호를 투입시킨 당시 현지에서는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친 이대호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라는 분석이 나왔다. 린드의 부진과 더불어 주전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고액 연봉자이기도 한 린드의 입지는 스플릿에 단기 계약인 이대호보다 굳건할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장벽’이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25인 진입 경쟁의 승자가 된 이대호는 또 한 번 불리한 경쟁을 실감하고 있다. 이 경쟁을 보란듯이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린드의 초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은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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