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에 남은 홈런왕 자취, 루스 생가 박물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4.22 14: 25

오리올스 홈구장에서 도보 5분 거리
루스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소장
 루스가 지은 집(the House that Ruth Built, 양키 스타디움을 뜻함)은 뉴욕에 있지만, 루스가 태어난 집은 볼티모어에 있다. 베이브 루스(1895~1948, 188cm 98kg)는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미국 야구의 자산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 주변에는 세계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중요한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경기장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루스의 생가다. 지금도 그의 자취가 남아있는 이곳은 박물관이 되어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맞이한다.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 이 전시관에는 루스가 쓰던 방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그리고 1층과 2층 도처에 산재한 버튼들을 누르면 그의 선수생활 중에 있었던 여러 이벤트들을 오디오로 다시 접할 수 있다. 100년 가까이 지난 것들인데도 비교적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영상관도 각 층에 하나씩 있다. 1층에서는 루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을, 2층에서는 유명한 1932년 월드시리즈 3차전 ‘예고홈런’ 이야기를 풀어낸 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벽면에는 그의 홈런 하나하나마다 상대 투수와 홈런을 친 구장을 적어놓은 작은 판이 하나씩 붙어있었다. 정규시즌에만 714홈런을 날렸으니 공간이 많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루트가 정해져있지 않아 보고 싶은 곳부터 먼저 봐도 되지만, 루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세인트메리 공업학교(루스는 이곳에서 만난 마티아스 신부의 도움으로 야구를 배웠다) 시절 자료도 소장되어 있어 그가 야구를 시작한 뒤에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2층만 둘러봐도 볼티모어에서 보낸 유년기에 이어, 보스턴과 뉴욕을 거치며 밤비노의 저주라는 말이 탄생하게 된 역사, 루스가 지은 집인 양키 스타디움과 그곳에서 보낸 루스와 양키스 제국의 황금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레드삭스가 양키스에 루스를 팔아넘길 당시의 계약서는 이곳에 없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지금의 오리올스가 아닌 인터내셔널 리그 소속 구단, 메이저리그 구단은 아니었지만 전력은 메이저리그급이었다)의 구단주 잭 던이 돈을 받고 그와 함께 투수 어니 쇼, 포수 벤 이건까지 셋을 레드삭스로 보냈음을 증명하는 서류는 있다. 이를 통해 루스는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역사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성인이 된 루스가 집이라고 부르던 장소는 총 3개였다. 하나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바(지금은 캠든야즈의 외야가 있는 위치), 또 다른 하나는 매사추세츠주 서드버리 농장에 있는 자신의 집, 나머지 하나는 뉴욕 맨해튼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였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루스의 집은 지금은 박물관이 된 이곳이 유일했다. 역사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역사의 뿌리가 된 곳은 곧 역사적인 장소가 된다.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친 홈런이 하나도 없음에도 그가 볼티모어의 자랑이듯.
박물관 출구에서 골목으로 빠져나와 다시 경기장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아칸소주 출신이지만 볼티모어의 전설이 된 명예의 전당 3루수 브룩스 로빈슨 동상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수도, 타지에서 왔지만 여기서 정착한 스타도 모두 소중한 역사가 된다. 영웅을 만들지 못하고, 시간을 같은 크기의 역사로 바꾸지 못하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배워야 할 점이 가장 크게 와닿는 지점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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