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Tiger스케치]힘내는 KIA 퓨처스, 내일을 향해 뛴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05.17 10: 50

"우리도 이제 자주 이깁니다".
KIA 관계자들이 2군 이야기를 하면서 은근히 자랑섞인 말을 한다. 퓨처스리그에서 KIA가 이제는 밀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군 성적을 보면 5월 15일 현재 16승12패, 승률 5할7푼2리이다. 남부리그 2위, 북부와 합하면 전체 12개 팀 가운데 4위의 승률이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성적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는 고졸루키 외야수 이진영 내야수 최원준과 2년차 황대인과 3년차 박진두, 포수 한승택 등을 꾸준히 출전시키며 키우고 있다. 황대인은 타격 2위(.367), 이진영은 타격 10위(.329)에 랭크되어 있다. 투수로는 전상현과 이준영, 김명찬, 정동현, 유근상, 김현준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졸루키 김현준은 남부리그 다승 1위이다. 팀 평균자책점(4.12)은 12개 팀 가운데 상무(4.06)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다. 

KIA 2군의 과거는 흑역사였다. 2009년 이후만 승률 기준으로 살펴보자. 1군이 통산 10번째 우승할 때도 2군은 36승47패7무(.400), 10개팀 가운데 전체 7위였다. 2010년부터 2년 연속 꼴찌였고 2012년 5위에 올랐지만 다시 10위-11위-9위로 처졌다.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해는 2012년이 유일했다. 2군도 잘하는 선수들이 부족했다.  
화수분 야구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주전급 백업요원을 길러내지 못해 1군에서 주전들이 다치면 치명적인 전력공백이 빚어졌다. 매년 선수층이 엷다는 지적이 일었고 평가는 어김없이 성적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도 전반기 내내 1위를 달리다 후반기 초반 삼성에게 역전당했는데 줄부상 주전들을 메울만한 백업선수들이 부족해 4위로 뒷걸음했다. 
KIA는 지난 2013년 말 오프시즌을 기점으로 육성에 눈을 돌렸다. 구단이 직접 육성시스템을 구축하고 챙기기 시작했다. 스카우트팀을 강화해 젊고 선수들이 대거 뽑아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다. 대신 선수들은 함평 전용 훈련장에서 먹고 자면서 훈련했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몸과 힘이 나아졌고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의 부임은 커다란 활력소가 되었다. 2군 분위기를 확 바꾸었다. 김 감독은 LG 시절 2군 감독을 경험하면서 육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의 KIA 2군은 1군으로 올라갈 기회가 부족한 곳이었다. 2군 붙박이 선수들이 많아졌고 포기하고 거기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감독이 부임하면서 2군에서 잘하면 바로 1군으로 올려 기회를 주기 시작하자 선수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감독은 1군에 올리면 반드시 선발출전 기회를 주었다. 주변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자 선수들도 마음과 행동이 달라졌다. 2군에 내릴때도 반드시 감독실에 불러 이야기한다. 감독과 코치진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정회열 2군 감독은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 성적을 보이려고 한다. 플레이 하나가 치열해졌고 경기 내용이나 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 년의 노력을 통해 선수층도 두터워졌고 2군이 1군으로 가는 경쟁의 장이 된 점 고무적이다. 여기에는 정 감독 특유의 성실하고 뚝심있는 선수단 운영도 한몫하고 있다. 가능성이 보이면 1군에 적극 추천한다. 김 감독이 추천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정 감독은 "(김기태) 감독님이 항상 2군도 활기 넘치고 의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선수들이 못뛰어서 아우성이다. 나도 모두 기용하려면 머리가 아프다"며 웃었다. 
KIA의 육성시스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지난 2~3년 동안 토대를 닦았다고 볼 수 있다. 육성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긴호흡을 갖고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진정한 화수분 야구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공들였던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KIA 담당기자 sunny@osen.co.kr
[사진]지난 2월 KIA 2군 대만 캠프 훈련.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