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은 전쟁터” 손아섭이 다시 테이핑을 한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5.24 06: 53

올 시즌, 테이핑 풀고 길게 잡으며 4월 뜨거운 타격감
5월 부진으로 다시 배트 테이핑… 슬럼프 탈출 위한 몸부림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8)은 올 시즌 변화를 택했다. 지난 2년간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배트 노브(손잡이)부근에 감았던 테이핑을 풀고 배트를 길게 잡기로 한 것. 미세한 변화에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타격에 있어서 손아섭의 변화는 모험이기도 했다.

손아섭은 “장기적으로는 테이핑을 풀고 배트를 길게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장타에 대한 생각도 있어서 배트를 길게 잡는다”고 말하며 변화의 이유를 말한 바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만든 변화이기도 했다.
개막 이후 4월 한 달간 손아섭이 택한 변화는 주효했다. 타율 3할3푼3리 3홈런 14타점 23득점 출루율 4할2푼1리 장타율 5할3푼5리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장타와 타구의 질 부분에서 손아섭은 배트를 길게 잡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5월 들어서 손아섭은 슬럼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장타가 터지지 않았다. 4월 2루타 9개, 3루타 1개, 그리고 3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5월에는 홈런만 1개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었다. 타구 질 역시 날카롭지 않았다. 20일까지, 손아섭은 5월 타율 2할1푼8리 1홈런 3타점 출루율 2할7훈3리 장타율 3할8푼6리에 그쳤다. 슬럼프는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장기화됐다.
결국 손아섭은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다시 변화를 택했다. 지난 주 주중 인천 SK전부터 배트를 짧게 잡기 시작하더니, 지난 21일 사직 두산전 9회 마지막 타석부터는 다시 배트에 테이핑을 감고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22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손아섭은 결연했다. 그는 “슬럼프에 빠져서 다시 배트 테이핑을 시도한 것은 맞다”면서 “야구장은 전쟁터다. 어떻게든 나도 살아남고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다시 변화를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손아섭은 우여곡절 끝에 슬럼프를 탈출하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배트 테이핑을 한 21일 경기 마지막 타석부터 22일 사직 두산전까지, 6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장타는 없었고 내야 안타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타격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롯데 타선의 중심에서든, 리드오프에서든 손아섭이 살아나지 않으면 공격의 맥은 끊겨버린다. 그렇기에 손아섭이 슬럼프에 빠질 경우 타선의 활기가 사라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손아섭 본인 역시 길어지는 슬럼프를 두고만 볼 수 없었고 다시 변화를 택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굳은 의지로 다시 배트 테이핑을 한 손아섭이 과연 5월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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