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염갈량’이 본 박병호의 힘든 이유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6.05.25 06: 30

한국야구 홈런왕 출신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데뷔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던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최근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지난 24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서 안타를 때려 6게임만에 안타를 기록하며 긴침묵에서 탈출했지만 타율은 2할2푼3리로 저조하다.
24일까지 9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의 장타력을 보여주며 잘나가다가 상대의 견제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대단한 비거리와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홈런포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미네소타가 ‘헐값(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에 4년간 연봉 1,200만 달러)에 잡았다’는 성공작으로 평가받던 초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중심타선에 포진하며 홈런포 추가를 노리고 있으나 지난 14일 클리블랜드전서 8, 9호를 기록한 이후 잠잠하다.
소속팀 미네소타는 24일 현재 11승 33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에서도 최저 승률(2할5푼)을 기록하고 있다. 연패를 수시로 반복하는 등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포였던 박병호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을 내보내고도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최근 박병호의 슬럼프에 대해 다른 차원의 분석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박병호가 한참 부진할 때 고척돔구장에서 만난 염 감독은 “병호가 상대팀의 견제를 받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소속팀의 문제”라며 나름대로 진단했다.
염 감독은 “미네소타가 너무 약한 것이 문제다. 패배가 많아지면서 상대팀들이 승수쌓기의 제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상대팀 1, 2, 3번 에이스들과 붙는 것은 물론 불펜진도 ‘필승조’가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병호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팀이 강하면 상대팀에서 약한 선발투수, 그리고 약한 불펜진과 대결할 경우가 많아지고 박병호의 타격도 더 불을 뿜을 가능성이 높지만 팀이 약하다보니 상대가 만만하게 보고 강한 투수들을 줄줄이 내보내 박병호가 고전한다는 진단이다. 시속 150km대의 강속구에 대한 적응 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염 감독은 또 “게다가 팀이 연패에 빠지면 팀분위기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이 병호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자기가 잘해야 팀이 이길 수 있다는 책임감도 커서 부담이 된다. 상위권팀에서 뛰는 타자들은 타율 2푼 정도는 상승효과를 누린다. 내가 못치는 날에는 다른 타자들이 잘해서 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타격도 더 잘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사실 하위권팀에서 개인성적을 뛰어나게 올리기가 힘들다. 하위팀에서 정말 잘하는 선수는 ‘독종’이다”며 박병호가 그래도 팀의 좋지 않은 현상황을 이겨내기를 기대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박병호가 상위권 팀에 소속돼 있었다면 더 좋은 활약을 펼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 와서 팀을 바꿀 수도 없는 일. 박병호가 독하게 마음먹고 화려하게 비상하기를 기대해본다.
OSEN 스포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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