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한화 구단의 미래는 있는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5.25 08: 51

5월 24일, 한화 이글스는 넥센 히어로즈에 져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먼저 30패를 당했다. 같은 날 선두 두산 베어스는 30승째를 기록했다. 굳이 여러 지표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한화와 두산은 그냥 성적의 양 극점에 서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같은 현상과 흐름은 김성근(74) 한화 감독이나 한화 구단 뿐 만 아니라 한화 야구단을 열렬히 응원했던 관중 모두에게 추스르기 어려운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낭패, 열패감이라고 해도 좋겠다.
김성근 감독은 당초 올해를 한화 우승의 적기로 보았다. 그 스스로 우승이 목표라고 공언했다.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화 구단의 상상 이상의 거액 투자, 김성근이라는 지도자의 능력, 게다가 지난해 부임 이후 보여줬던 ‘김성근 야구’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었던 터여서 그런 관측과 희망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한화는 진흙 늪에 빠져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한화 야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지난 5월 12일 서울 삼성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있던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현재’를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김 감독은 그날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었다”고 했다. LG 트윈스와의 올 시즌 개막 2연전에서 한화는 연장전 끝에 거푸 졌다. 그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경기 운용에 능하다. 시계 톱니처럼 어긋남이 없이 착착 돌아가야 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야구다. 오랜 시간 봐왔던 김성근이라는 지도자의 모습이 그랬다.
그 계산이 들어맞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스스로 개막 이후 3게임을 치르고 난 뒤부터 “계산을 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계산이 안 된다’는 인식의 바탕에는 계산에 넣었던 8명의 투수들, 이를테면 에이스로 지목됐던 외국인 에스밀 로저스를 비롯해 안영명, 윤규진, 배영수, 이태양 등 마운드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출발선에 서지 못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김 감독의 그런 발언은 ‘천하의 김성근’이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해도 어쩔 수 없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한화의 부진은 타선의 중추인 김태균의 부진으로 연결 짓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마운드의 붕괴로 압축,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김성근 감독 특유의 ‘불펜 야구’, ‘선발 야구’의 상궤를 벗어난 변칙 마운드 운용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온전히 그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그렇더라도 그는 예전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이나 태평양 돌핀스 때도 그랬고 지도자 꽃을 활짝 피우며 정상에 올랐던 SK 와이번스 때도 큰 틀에서는 자신의 불펜 야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불펜 야구의 성공 조짐을 얼비추긴 했지만, 이젠 그 자체가 ‘퀵 후크’ 비판과 불펜 혹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항변했다. “나라고 왜 선발야구를 하고 싶지 않겠나. 선발 투수가 1회부터 볼넷을 남발하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는’ 불펜 야구의 뒤에는 한화 구단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그는 하고 있다.
바로 스카우트 문제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구단의 “스카우트 방향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3년 계약 기간의 2년째를 맞이한 감독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는 불펜 야구’의 이면에는 ‘실패한 스카우트’가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생각인 것이다. “2군 투수들을 불러 직접 점검해 봤지만 쓸 만한 투수가 없었다.”고 한탄까지 했다.
그는 스카우트의 방향성에 대해 “10명의 선수를 뽑는다면 7명은 즉시 전력요원으로, 3명은 육성 자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주장의 타당성을 제쳐놓고 한화 구단이 2010년대 들어 스카우트와 육성에 성공한 구단으로 보는 야구인들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한 구단의 성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지도자의 능력부터 당장 눈앞의 성적에 얽매인 구단(구단 프런트)의 근시안적인 운용까지, 내부에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팀의 재건은 지난한 작업이다. 임시처방은 한계가 있다.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인 스카우트와 육성이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바른 길 안내역을 간과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현재의 어려움’이 과거의 잘 못된 스카우트, 또는 선수단 운용의 누적된 결과로 풀이한다. 조심스럽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가 구조적인 문제로 한화 구단의 현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남 탓’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현재로선 아주 어렵다. 당장 올해 성적도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명실상부한 강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과 미래 설계의 재 구상, 재편, 전력 강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할 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모든 구단의 과제이자 지상 명제이다. 한화 구단은 그런 면에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다시 풀어나갈 방안, 묘책을 찾아야 한다.
붕괴된 한화 투수진, 특히 불펜 요원 가운데 핵심인 권혁(33)은 나이로는 아직 청춘이지만 삼성 시절부터 누적된 피로를 간과할 수 없고, 박정진(40)과 송신영(39)은 야구선수 신체 나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
김성근 감독은 특정 투수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여기서 구체적인 이름은 표기하지 않겠다) 스프링 캠프 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결함이나 몸에 이상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 시절에는 전임 조범현 감독(현 kt 위즈 감독)이 훈련을 많이 시켜 (자신의 강훈련을) 받아낼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다고도 말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한화 투수들의 부진은 훈련 부족에서 기인됐다는 게 김성근 감독의 인식에 깔려 있다.
백 날, 천 번을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한화 구단의 미래는 있는가. 돌려막기는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지금이라도 한화는 팀 재건의 방향을 다시 정하고 설계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한화 구단은 외부(팬)의 강한 비판이 심각한 비관으로 비화될 시점에 놓여 있다. 한화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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