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패 공식' 반복, 학습효과가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5.26 05: 57

선발 퀵후크로 불펜 과부하 악순환  
패배를 부르는 고의4구 작전 반복
한화에 정녕 학습효과란 없는 것일까. 

꼴찌 한화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43경기 11승31패1무 승률 2할6푼2리. 한화가 지는 건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매번 패배 공식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패배는 피할 수 없다. 다만 패배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정상인데 어떻게 됐는지 한화는 달라진 것 없이 매경기 같은 방식으로 패배를 자초한다.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 8-9 끝내기 패배는 한화의 올 시즌 필패 공식이 함축된 경기였다. 
▲ 선발 퀵후크, 불펜 과부하
이날 한화는 선발로 장민재를 내세웠다. 지난 21일 대전 kt전 구원 2이닝 36구 이후 3일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등판은 지난 12일 대전 NC전 이후 두 번째. 당초 지난 주말 kt전 선발투수로 통보를 받고 삼성과 포항 원정 마지막 날 대전에 미리 이동했지만 갑자기 구원으로 나오며 등판 간격이 들쑥날쑥했다. 그래도 장민재는 2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러나 3회 2점을 주며 1사 1·2루 위기가 되자 예외 없이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총 투구수 57개. 3일 휴식으로 선발등판을 준비할 기간도 짧았지만, 교체 타이밍도 늘 그랬던 것처럼 빨랐다. 넥센이 라이언 피어밴드가 7실점할 때까지 내버려 둔 것과 대조된 장면. 3회부터 한화는 필승조 송창식을 투입하며 불펜을 가동했다. 선발 퀵후크는 필히 불펜 과부하를 부른다. 
특히 4회 1사 1·2루에서 승계주자 실점이 19점으로 가장 많은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려 순식간에 3실점하며 역전을 당했다. 주자가 있을 때마다 박정진을 넣어 실점으로 이어지길 반복했다. 박정진은 최근 10경기 6이닝 13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19.50에 승계주자 실점률도 75%(12/16)에 이르지만, 김성근 감독의 활용법은 달라진 게 없다. 패배 공식이 되어버렸다. 
선발 장민재 이후 한화는 송창식-송창현-박정진-권혁-심수창-정우람까지 6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했지만 끝내기 폭투로 역전패하며 헛심만 썼다. 한화는 올해 리그 최다 24차례의 선발 퀵후크를 했고, 그 경기에서 6승17패1무로 승률 2할6푼1리에 머물러 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선발을 일찍 내려 불펜 주축 투수들을 소모했고, 그 결과 퀵후크 다음 경기에서도 5승18패로 승률은 2할1푼7리까지 떨어진다. 불펜 과부하 후유증이다. 
▲ 패배를 부르는 고의4구
또 하나는 고의4구 작전이다. 이날 넥센전에서 한화는 8-7로 앞선 9회말 2사 2루 김하성 타석이 되자 고의4구 지시가 나왔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김하성보다 상대적으로 편한 홍성갑과 승부를 택했다. 그러나 정우람은 홍성갑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고, 계속된 1·2루에서 서건창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이택근 타석에 끝내기 폭투를 범했다. 고의4구로 출루한 김하성이 끝내기 득점했다. 
시즌 첫 고의4구 작전을 쓴 지난달 7일 대전 넥센전에도 8회 2사 1루에서 권혁이 김민성을 고의4구로 거른 뒤 채태인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쐐기 점수를 내줬다. 2점차로 뒤져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승부에 좌우 상대성에 집착하다 고의4구로 내보낸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며 패배로 직결됐다. 
이어 지난달 19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연장 10회말 무사 3루에서 박정진이 김문호와 짐 아두치에게 연속 고의4구로 만루 작전을 썼지만 송창식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주며 패배했고, 지난달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7회 1사 2·3루에서 이재우가 민병헌을 피한 뒤 닉 에반스와 승부를 택했지만 두산 벤치에서 내세운 대타 김재환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졌다. 
한화는 올 시즌 투수들의 고의4구가 8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고의4구 작전을 쓴 7경기에서 한화의 성적은 1승6패. 김성근 감독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차원에서 고의4구 작전을 자주 썼지만 결과적으로 뒤를 보지 못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그것도 매번 결정적 실점으로 연결돼 더욱 뼈아프다. 어느새 고의4구마저 한화의 필패 공식이 됐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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