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이라니…" 장민재가 돌아본 인고의 세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03 06: 41

한화 장민재, 5년만에 감격적인 승리투수  
팔꿈치 통증, 군입대 '5년간 인고의 세월'
"5년만이라니…. 마지막 승리는 제대로 기억도 안 난다". 

한화 투수 장민재(26)가 5년간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 데뷔 최다 이닝이자 탈삼진 경기로 선발승을 거둔 것이다. 2011년 6월16일 대전 KIA전 이후 무려 5년만의 승리에 장민재도 감격스런 표정이었다. 5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극복한 뿌듯함이 묻어났다. 
▲ 수술·군입대, 시련의 시간들
2011년 당시 장민재는 고졸 3년차 어린 투수로 5선발 역할을 맡았다. 그해 1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한대화 감독의 믿음으로 15번이나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다. 장민재는 "2011년 6월 KIA전에 승리한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는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5년만에 승리라니…"라며 웃음을 지었다. 2011년은 그의 야구인생이 막 꽃필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갑자기 사라졌다. 시범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을 일으켰고, 시즌 개막 후 1군에서 공 하나 던지지 못했다. 그해 8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군입대를 결정했다. 예기치 못한 팔꿈치 통증으로 쉬어야 했고, 쉬어가는 김에 군문제도 해결했다. 대부분 선수들은 군복무를 하더라도 2시즌을 쉬는 게 일반적이지만 장민재는 팔꿈치 수술 탓에 3년을 쉬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때도 퇴근 후 개인 훈련을 하며 종종 대전구장을 찾았던 장민재는 2014년 10월 소집 해제됐다. 이름도 '민제(民濟)'에서 '민재(玟宰)'로 개명하며 변화를 다짐했다. 
의욕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2015년 복귀 첫 시즌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3년의 공백기 탓에 실전 감각이 모자랐고, 지나친 다이어트로 구위까지 하락했다. 1군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00으로 초라한 성적. 1군보다 2군에 오래 머물렀고, 1군에 있을 때도 밸런스 잡기 차원에서 경기 전 타자들을 위해 배팅볼을 던지는 시간이 많았다.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수술과 군복무로 거의 3년을 쉬었다. 자신감도 잃었고, 제대로 된 공을 못 던졌다"고 돌아봤다. 
▲ 독품고 준비, 1군에 있어 행복
지난겨울 장민재도 한화 시절 절친하게 지낸 류현진의 제안으로 일본 오키나와 특별 훈련을 소화했다. 류현진에게 너클 커브 그립을 배우며 마음도 다잡았다. 고치-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도 누구보다 뜨거운 의욕으로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렸다. 지금은 팀을 떠난 고바야시 세이지 전 투수코치도 장민재를 두고 "스스로 좋았을 때 영상을 가져와서 상의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 선수"라고 말했다. 
2011년 좋았을 때 나타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커브. 5년 만에 승리를 거둔 이날 SK전에도 커브를 결정구로 루킹-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장민재는 "커브가 잘 먹힌 것 같다. 타자들이 치려는 타이밍에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커브뿐만 아니라 체인지업·슬라이더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변화구 제구가 잘되고 있다. 볼을 때릴 때 밸런스도 좋고, 구속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게 장민재의 자신감이다. 
이제 붙박이 선발에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장민재는 의연하다. 그는 "기용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부분이다. 중간이든 선발이든 무조건 타자를 잡는 게 목표"라며 "선발 욕심은 있지만 팀 사정상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에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난 시절들을 생각하면 지금 정말 행복한 것이다"고 자세를 낮췄다. 장민재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체력적으로 문제도 없다. 5년 전보다는 마음가짐도 성숙해졌다"며 의젓함을 드러냈다.
5년간 인고의 세월을 거친 장민재에게 보직은 부차적인 문제, 1군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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