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효율로 말한다… KBO리그 가성비 최고 vs 최악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6.16 05: 50

효율이 대세가 된 시대다. 경기 침체로 인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KBO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과열된 FA 시장과 외국인 선수들의 높은 연봉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선수들을 육성하려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가성비’ 선수들을 찾게 되는 것은 구단의 지상목표가 됐다.
물론 아직까진 KBO리그는 투자가 곧 성적과 직결되는 리그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정된 자원에 수요는 많아지면서 FA 시장이 과열됐고 몸값 인플레이션은 심화됐됐지만 프로스포츠에 가장 중요한 성적이 돈과 결부되면서 ‘고비용 고효율’의 구조가 형성됐다. 물론 이 돈이 성적과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KBO리그의 효율성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또 최악의 효율로 고개를 떨구게 한 스타는 누가 있을까.
▲최저 연봉으로 만드는 최고의 효율
넥센 잠수함 선발 투수 신재영(27)은 올 시즌 KBO리그를 휩쓸고 있는 대표적인 ‘가성비 최고’의 선수다. 2012년 NC에 지명돼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신재영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2.95), 다승 공동 2위(8승)를 기록하며 토종 선발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특히 73⅓이닝을 소화하며 단 6개의 볼넷만 허용한 제구력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런 그가 올해 받고 있는 연봉은 KBO리그 최저 연봉인 2700만원에 불과하다. 자신의 몸값 이상을 능히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의 ‘해외파 신인’ 정수민(27) 역시 최저 연봉을 받고 맹활약 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해커의 팔꿈치 통증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정수민은 어느덧 올해 7경기(5선발) 3승 평균자책저점 2.97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1일 마산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NC 11연승의 시발점이었다.
시즌 초반 기력을 잃었던 한화는 젊은 피 하주석(22)과 양성우(27)의 활약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하주석은 타율 2할8푼8리 6홈런 28타점 27득점 5도루의 활약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양성우 역시 외야진의 줄부상으로 기회를 잡아 타율 2할7푼6리 2홈런 17타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 선수 최저 연봉 수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하주석 3200만원, 양성우 2800만원).
최저 연봉으로 팀의 성적까지 책임진다면 이는 저비용 고효율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재영, 정수민, 하주석, 양성우는 모두 가성비 으뜸의 선수들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 틈새 시장의 알짜 FA
FA 시장에서 100억은 더 이상 꿈의 돈이 아니다. FA 시장의 몸값은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현실적인 조건으로 틈새시장을 노린 ‘알짜 FA’들이 활약하면서 구단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저비용 고효율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다
롯데의 뒷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4년 38억원의 금액으로 붙잡은 윤길현(33)은 몸값 이상의 안정감을 심어주고 있다. 현재 고관절 부상으로 잠시 팀을 이탈했지만 23경기 1승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32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윤길현의 공백은 오히려 그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한화 차일목(35)은 2014년 말, KIA와 2년 4억5000만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FA 미아가 될 뻔한 위기에서 구사일생했다. 하지만 KIA에서 입지를 잃었고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차일목은 환골탈태했다. 줄곧 약점이었던 한화 포수진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타율은 2할3푼6리에 불과하지만 수비에서 가치가 돋보인다. 투수를 안정시키는 프레이밍과 수준급의 도루 저지 능력(도루 저지율 35.3%)이 그의 현 위치를 대변한다.
SK의 마당쇠 채병용(34) 역시 ‘알짜 FA’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2+1년 총액 10억5000만원에 원 소속팀과 재계약 한 채병용은 올해 팀에서 가장 많은 31경기 등판해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2.88로 SK 불펜진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달콤하지만 씁쓸하기도 한 ‘돈의 맛’
FA 자격을 얻어 대박의 꿈을 이룬 선수들은 그에 걸맞는 책임감과 성적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 NC 박석민(31, 4년 96억원)과 롯데 손승락(34, 4년 60억원)은 올해 소속팀을 지탱하는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모두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석민은 타율 3할1푼 11홈런 51타점으로 NC가 바라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손승락 역시 1승1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롯데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고 있다. 고비용 고효율의 선수들이다.
반면, 고비용 저효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롯데 송승준(36)은 지난해 4년 40억원의 FA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6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7.13으로 부진하다. 현재 부상에 신음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로 복귀해 4년 90억원의 FA 계약을 맺은 윤석민(30)도 현재 어깨 통증으로 두 달 가량 1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올해 연봉은 12억5000만원이다. SK 최정(29)은 올해 타율 2할5푼6리 15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부진의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득점권 타율 1할4리가 그의 몸값과는 걸맞지 않는다. 최정의 올해 연봉은 10억이다. 달콤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한 돈의 맛에 구단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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