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화와 넥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21 06: 15

2016시즌 가장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는 팀은 한화와 넥센이다. 한화는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고, 넥센은 유력한 꼴찌 후보였다. 그러나 시즌이 절반 가까이 치러진 시점에서 한화는 4월7일 이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넥센은 5월29일부터 3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시즌 전 예상의 근거는 양 팀 연봉 총액으로 잘 나타난다. 한화는 KBO 최초로 연봉 총액 100억원대(102억1000만원)를 돌파한 최고 연봉팀인 반면 넥센은 40억5800만원으로 2년차 kt보다도 적은 리그 최소 연봉팀이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투자했고, 넥센은 주요 선수들이 계속 이탈했다. 
하지만 막상 시즌 뚜껑을 열어 보니 정반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뿐만 아니라 맞대결에서도 넥센이 3번이나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며 6승3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주말 청주에서 치러진 3연전에도 넥센이 첫 경기를 내준 뒤 나머지 2경기를 가져가며 리버스 위닝했다. 

3연전에서 넥센은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주전 포수 박동원과 중견수 임병욱이 발목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미국 현지 보도로 인해 주말까지 쓸 계획이었던 외국인 투수 로버트 코엘로마저 예상보다 빨리 웨이버 공시하며 선발 한 자리가 비는 악재도 겹쳤다. 여러 변수에도 넥센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였다. 3연전 첫 날 1점차 뒤진 상황에 불펜 필승조를 쓰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이긴다는 보장이 있으면 몰라도 필승조를 다 쓰면 다음 2경기가 어렵다고 봤다. 그 전날 던졌기 때문에 연투라는 점을 감안했다. 경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남은 자원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자원이) 한정적이라 선택과 집중을 정말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3연전 첫 날은 내줬지만 아껴둔 불펜투수들로 주말 2경기 선발 조기 강판 악재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염 감독은 팀 전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절대 5연승 이상 할 수 없다. 5연승을 한다면 그 이후 5~6연패를 하게 되어있다. 야구는 팀 구성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 연승을 위해 몰아 쓰면 후유증이 오게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팀 전력을 파악해 무리하지 않고 합리적인 운영을 한다. 주전 포수 박동원도 3경기 정도만 쉬면 낫는 부상이지만 엔트리에서 빼고 휴식을 줬다. 염 감독은 "지금이 승부처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며 시즌을 길게 바라봤다. 
젊은 선수들도 화수분처럼 나오고 있다. 3연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재영과 박주현은 이미 선발 로테이션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18일 박종윤에 이어 19일 최원태까지 결과를 떠나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들을 임시 선발로 과감하게 썼다. 당초 18일 구원투수 오재영에게 선발로 3이닝을 맡길 생각도 했지만 염 감독은 "내가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당초 1~2군 모두 선발·구원을 나눠 준비했고, 계획대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야수진에선 김하성·고종욱·임병욱이 몇 년 사이 주전으로 올라섰다. 김재현이 올 시즌을 마친 뒤 군입대할 계획이라 신인 포수 주효상에게도 틈틈이 1군 경험을 준다. 늘 다음을 대비하고 있다. 
넥센의 팀 운영 방향을 보면 한화와 여러모로 정반대다. 19일 넥센전에서 박정진이 깜짝 선발등판한 뒤 이틀 전 84구를 던진 장민재가 구원으로 긴급 투입된 장면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보기 어려웠다. 임시방편으로 그날 하루하루에 목매달고 있다. 넥센처럼 장기적 안목에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매경기 전력 승부에만 집중한다. 지난 주말 3연전에도 19일 경기에 선발로 준비하던 장민재는 17일 경기에 구원으로 당겨 쓴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팀 사정이 급박한 건 맞지만 순리에서 벗어나 계획되지 않은 무리수를 반복 중이다. 
넥센보다 주축 선수들의 자원이 풍부한 한화이지만 매번 쓰는 선수들만 쓰니 젊은 선수들은 안 보인다. 김민우는 부상이고, 송창현 김용주 김범수 김재영 등은 2군에서 선발로 던지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대부분 시간 추격조로 대기하다 2군으로 내려갔다. 장민재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날 한화 불펜에서는 송창식이 막내다. 1군 엔트리 투수 11명 중 20대는 장민재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은 매번 투수 기용과 관련해 "사람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작 그런 타령을 해야 할 염경엽 감독은 "선수가 없으면 누군가 또 하나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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