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NC ‘5툴 플레이어’ 김성욱을 주목한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6.24 10: 02

‘한 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작가 공지영이 『고등어』라는 장편소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진 정종목 시인의 시 ‘생선’의 시작부분이다.
비유컨대, 야구선수가 프로 1군 무대에서 제 이름을 알리기 전에는 ‘바다에서 익명으로’ 떠도는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익명의 선수(물론 고유의 이름은 있지만)가 부름을 받고 제 자리를 잡기까지 그 고단한 여정을 일러 무엇 하리오.

정종목 시인의 다른 시 ‘붉은 손 빈주먹’의 한 대목처럼, ‘저의 생애도 한번쯤 붉게 타올라 소리 없이 산화하고 싶습니다.’는 생각을 야구선수라면 누구라도 품음직하다.
NC 다이노스의 외야수 김성욱(23)은 이제야 비로소 ‘익명의 시간’을 헤쳐 나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참이다. 김성욱이 아직도 온전히 제 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 들어 NC가 두산 베어스와 더불어 ‘강력한’ 2강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이면에는 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 진흥고를 나온 김성욱은 2011년 아시아청소년야구대회 대표선수를 지냈다. 그 이력은, 그가 이미 될성부른 떡 잎으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진흥고 선배인 나성범(27)과 더불어 NC 외야(좌익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성욱은 적어도 수비력만큼은 나성범을 능가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NC는 당연하지만 올해를 우승의 적기(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공, 사석에서 “팀을 잘 만들어 우승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짐한 것도 팀 전력이 우승을 노릴만한 수준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출일 것이다.
김성욱은 올해 들어 김준완(25), 김종호(32)와 더불어 좌익수 자리를 갈마들며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로 대수비, 대타 요원으로 뛰었던 그가 올해는 선수층이 두꺼운 팀 외야수 경쟁체제에서 때로는 주전으로도 나서고 있다는 것은 팀의 우승을 향한 김경문 감독의 수비력 강화 차원의 ‘심모(深謀)’가 담겨 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김성욱은 6월 23일 현재 52게임에 나가 92타수 18안타, 타율 1할9푼6리,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타율 면에서는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한 성적표는 아니다. 그렇지만 6월 12일 문학 SK전 8회 무사 1, 2루에서 박정배를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날려 팀의 10연승을 성사시킨 것, 그에 앞선 6월 5일 롯데전에서 조쉬 린드블럼에게서 연타석 홈런을 뽑아낸 것 등의 사례는 그의 잠재력을 확인한 쾌거였다.
지난 2013년에 NC에 입단한 뒤 그해 4게임, 1타점, 2014년에 26게임에서 1홈런 1타점, 2015년에 125게임에 나가 3홈런, 26타점, 3도루를 기록한 것은 그의 성장가도를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2016년 『KBO리그 스카우팅리포트(OSEN)』의 김성욱 부분을 살펴보자.
“프로 데뷔(2013년) 첫 안타가 끝내기 안타일 정도로 두둑한 배짱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다. 지난해(2014년) 백업으로 1군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125경기를 뛰었다. 주전들이 빠졌을 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NC에 힘을 보탰다. 장차 ‘최정과 같은 중장거리형 호타준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아직 타격 정확성이 부족하고 변화구에 배트가 쉽게 따라 나가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외야에서 강한 어깨를 앞세운 ‘레이저빔’ 송구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리포트’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광길 NC 작전, 주루코치는 김성욱에 대해 “전체적으로 그릇이 큰 선수다.  공, 수, 주 3박자를 갖춘, 달리 말하자면 ‘5툴 플레이어’를 오랜만에 본다. NC 외야는 앞으로 5년간 걱정이 없다”고 긍정적인 수신호를 보낸다.
이 코치는 “(김성욱의)타율이 처음에는 괜찮았다. 계속 나가면 2할 7, 8푼대는 칠 수 있고 20(홈런)-20(도루)도 가능한 선수라고 본다. 지난 4년 동안 캠프에서 평균 타율이 3할 대를 훨씬 넘었다.”면서 “수비면에서는 (외야수로는)저희 팀에서 제일 잘 할 것이다. 어깨도 좋다”고 평가했다.
이 코치는 심지어 “보통 친구가 아니다. 타구의 질이나 비거리, 속도에서 나성범, 테임즈 버금가는 선수다. 우리 팀 코치들은 그의 잠재력을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 갈 수 있는 선수로 나는 나성범과 김성욱을 꼽는다.”고까지 언급했다.
김성욱은 최근에는 주전으로 자주 출장하고 있다. 감독이 원하는 만큼 타율이 받쳐주고 있지는 않지만 우승을 하려면 김성욱이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인식은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다.
김성욱의 문제는 아직 ‘싸우는 요령과 체력, 지구력이 달린다는’ 점이다.
이광길 코치는 “팀 선배인 이호준을 본받아야 한다. 이호준은 노림수나 예측 능력이 아주 좋은 타자다. 그런 면에서 김성욱은 많이 부족하다. 연습 때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지만 실전에서는 싸우는 요령을 좀 더 터득할 필요가 있다. 아직 미숙하지만 앞으로 팀 중심 선수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성욱은 아직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과 같다. 변화구 대처 능력, 상대투수와의 수읽기 요령을 닦는다면 ‘무서운 타자’로 자라날 공산이 큰 선수다. 이호준, 나성범 같은 선배들의 조언도 김성욱이 한 걸음 더 성정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성욱은 아직 병역을 마치지 못했다. 권희동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가 군에 가야할지도 모른다. 굳이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김성욱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선수의 투지와 적극성을 높이 사는 김경문 감독의 성향에서 볼 때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익명에서 실명(實名)의 무대로 나선만큼 앞으로 김성욱이 팀 내 경쟁에서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해내야할 일이 많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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