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권혁, "2년 연속 100이닝? 당연한 거죠"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6.28 05: 55

시즌 반환점 앞두고 42경기-64이닝
지난해 78경기 112이닝 능가 페이스 
 한화 불펜 투수 권혁(33)이 놀라운 투구를 하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벌써 40경기-60이닝을 넘어섰다. 권혁은 27일 현재 42경기 64이닝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8경기 112이닝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긴 그는 올해도 10개구단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이 던지고 있다. 경기 수와 투구 이닝 모두 1위다. 그런데 성적도 뛰어나다.
6월 권혁은 13경기에 등판해 24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2점만을 내줬다. 6월 평균자책점은 0.73에 불과하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6명/3점)도 적다. 6월만 놓고 보면 규정이닝을 넘겼다. 월간 규정이닝을 채운 불펜 투수는 권혁이 유일하다. 투혼이지만 혹사이기도 하다.
4월 평균자책점 3.32에서, 5월 평균자책점 4.43으로 안 좋아졌다가 6월 대단한 피칭을 하고 있다. 지난 주 NC와의 3연전 끝자락에 권혁과 이야기를 나눴다.
-5월에 다소 부진하다가 6월 성적이 아주 뛰어나다.
"조금 잘 던진 거다. 잘 던질 때도 있는 거죠."
-벌써 50이닝을 넘겼다. 2년 연속 100이닝은 확실해 보인다.
"뭐, 예상된 거 아니겠는가. 당연한 거다."(권혁은 웃으며 "요즘 불펜 투수라면 100이닝은 던져야 웬만큼 던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라고 농담 섞인 말을 이어갔다)
-많이 던지는 것도 대단한데, 최근 성적은 환상적이다. 힘들지 않나.
"솔직히 작년 후반엔 힘들었다. 삼성에 있을 때 최근 몇 년 간은 투구 이닝이 적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작년 후반으로 갈수록 힘에 부쳤다. 올해는 지난해 1년간 겪어본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스스로 관리도 하게 된다."
-어떻게 관리를 하나.
"특별한 것은 없다. 쉴 때 딴 짓 안 하고 푹 쉬는데 전념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 나만의 루틴을 잘 따른다. 아직까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안 다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난 겨울에 "정우람이 가세해도 내가 많이 던지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고 예상했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비시즌에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삼성 시절부터 나를 잘 알지 않는가. 훈련 열심히 하는 것은(웃음). 충분히 쉬고, 몸 관리에 충실하고."
-불펜에서 몸 풀 때 어느 정도 던지나.
"전력 투구는 몇 개 던지지 않는다. 가볍게 몸을 풀다가 상황이 바뀌어 중단했다가 다시 또 등판을 준비하는 게 조금 힘들지. 다른 것은 괜찮다."
-마무리 정우람 앞의 셋업맨 역할이다. 하지만 등판 시점은 5회부터 7~8회 다양하다. 등판 시기에 따라 컨디션 조절이 다른가.
"5회에 나가나, 7회쯤 나가나 별 차이는 없다. 어차피 경기 상황을 보고 몸을 풀고 등판을 준비한다. 등판 시기가 구위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는 것 같다."
-작년보다 직구 비율이 조금 줄고 슬라이더 구사가 늘어났다. 상대가 직구만 노려서 그런가.
"직구를 주로 노린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그렇다고 직구를 피하진 않고 정면승부를 한다. 작년보다 변화구를 조금 더 던지는 거다."
-이제 날씨가 더워진다.
"지금까지는 문제없다. 여름이 오고 시즌 반환점을 돌면 힘든 시기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한 두 번 오지 않겠는가. 슬럼프가 올 때 잘 넘겨야 한다. 짧게 부진에서 벗어나도록."
성실한 훈련으로 몸 관리를 하고 강한 정신력을 지녔어도 권혁도 인간이다. 체력은 쓰면 쓸수록 고갈되고, 던질수록 투수의 어깨나 팔꿈치는 닳게 마련이다.
그는 대화 말미에 "불펜 투수들이 한 시즌 60이닝 정도, 많이 던지면 70~80이닝 정도 던진다. 그런데 나는 시즌 절반도 안 됐는데 남들 한 시즌 던질 것을 던진 것 같다"라고 읊조렸다. 그러면서도 "오늘도 등판 준비 해야죠"라고 씩씩한 말과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에서 강한 아우라가 느껴지면서도 애잔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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